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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36위 → 11위 →5위 → 우승…우리는 당신을 세계 1위라 부른다

중앙일보 2011.05.02 00:33 종합 30면 지면보기



발렌타인 챔피언십 최종일
히메네스에 1타 차 역전승
2주 연속 우승컵 키스
박상현은 3위 올라



리 웨스트우드가 발렌타인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첫 홀에서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계 랭킹 1위의 파워풀한 드라이브 샷을 선보이고 있다. 웨스트우드는 마지막 날 버디만 5개를 낚는 완벽한 플레이로 1타 차의 역전 우승을 거뒀다. [이천=뉴시스]













옅은 황사 속이었지만 갤러리의 눈빛은 맑게 빛났다. 골프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리 웨스트우드(38·잉글랜드)와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돈키호테 같은, 그래서 무서운 미겔 앙헬 히메네스(47·스페인)의 접전이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이다.



 웨스트우드가 1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파 72)에서 끝난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히메네스에게 역전 우승했다. 마지막 라운드 5언더파 67타, 최종합계 12언더파다. 스페인의 콧대 높은 히메네스(11언더파)를 1타 차로 눌렀다.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는 세계랭킹 1위를 확고히 다지게 됐다. 웨스트우드는 이날 새벽 일찍 일어나자마자 그가 응원하는 영국의 축구팀 노팅엄 포리스트의 성적을 확인했다. 팀은 5-1로 대승했다. 그때까지 웨스트우드는 선두에게 5타 뒤져 있었지만 자신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오르막 파 5인 5번 홀(536야드), 그린에서 100야드 지점에 있던 갤러리는 맞바람이 분다고 했고 그린 근처에 있던 갤러리는 뒷바람이 강하다고 했다. 그 정도로 바람은 어지러웠다. 선수들은 한국의 봄날씨처럼 변덕이 심하고 휘도는 바람의 감을 잡지 못해 애를 먹었다. 상위권 선수들은 현란한 봄바람에 줄줄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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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웨스트우드는 마치 바람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하늘을 유심히 바라본 뒤 확신을 가지고 샷을 했다. 그가 친 샷은 대부분 그린에 올라갔고(그린 적중률 89%·1위) 핀에 달라붙었다. 14, 15번 홀 연속 버디가 하이라이트였다. 웨스트우드는 16, 17번 홀에서 연속 버디 퍼트를 아쉽게 놓쳤지만 18번 홀에서 약 1m 버디를 성공시켜 12언더파 선두로 나섰다. 동반자로 경기한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는 “티샷부터 아이언·퍼트까지 세계랭킹 1위 자격이 충분한, 완벽한 경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웨스트우드는 노장 히메네스의 반격에 가슴을 졸였다. 히메네스는 9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웨스트우드에게 한때 2타 차로 앞서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후반 들어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단 한 타도 줄이지 못했다.



역으로 웨스트우드에게 한 타를 뒤진 채 마지막 홀에 들어선 히메네스. 그는 파 5인 18번 홀에서 버디를 낚게 되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연장전에 나갈 수 있었다. 그는 2온의 대반격을 노렸다. 그의 티샷은 앞서 플레이한 장타자 웨스트우드보다 더 멀리 날아가 떨어졌다. 두 번째 샷도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그러나 아드레날린이 분출했는지 볼에는 힘이 실렸고 그린을 살짝 넘어가 뒤 벙커에 빠졌다. 벙커샷은 약간 길었으며 버디 퍼트는 홀을 스쳤다. 1타 차 2위에 그친 히메네스를 보고 갤러리는 “한국 골프 사상 최고의 명승부”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상현(28·앙드레김 골프)이 10언더파 3위, 더스틴 존슨(27·미국)이 9언더파 4위, 홍순상(30·SK텔레콤)이 8언더파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이천=성호준·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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