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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발행 27주년 맞은 가족신문 ‘비둘기집’

중앙일보 2011.05.02 00:28



3대가 모여 한두 달마다 지면회의→기사 쓰기→복사→배포







가족신문은 학생들이 학교 숙제로 매년 한 번쯤은 만들어보는 가족 공동 작품이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만, 조수하(서울 신상도초 5)양 집은 다르다. 아버지 조영헌(38·홍익대 역사교육과 교수)씨가 조양이 태어나기 전부터 27년째 가족신문을 발행하고 있어서다. 3대의 이야기가 가족신문 속에 살아있는 조양의 집을 찾았다.



가족의 소소한 일상 1면에 소개돼

 “내가 유치원 졸업한 사진이다! 1면에 실렸네.”(조수하양)



 25일 저녁 서울 상도동 조양의 집. 온 가족이 모여 조양의 앉은 키만큼 쌓인 두꺼운 스크랩북을 넘겨보고 있다. 27년간 발행된 가족신문 ‘비둘기집’이다. 조양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발행된 이 신문에는 조양의 출생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소소한 사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7년 2월 25일 발행된 198호 비둘기집 헤드라인은 ‘수하, 유치원 졸업’이다. 유치원 졸업식에서 꽃다발을 안고 가족이 사이좋게 찍은 사진이 아빠가 쓴 정성스런 기사와 함께 게재됐다. 얼마 전부터는 조양도 가족신문 만드는 일에 조금씩 참여하고 있다. 4월 25일자 신문에도 두 꼭지의 기사를 직접 썼다. 조양은 “아빠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만든 신문이니까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동생 수근(5)이와 사촌동생들에게 일어나는 재미있는 사건을 소개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정 독자 70여 명…서울 타임캡슐 탑재도



 비둘기집은 조양의 아버지 조영헌씨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동생 영한(36)씨와 함께 처음 발간한 가족신문이다. 1984년 시작한 뒤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발행을 거르지 않았다. 한 자 한 자 손으로 쓰다가 컴퓨터를 사용하게 됐고, 월간 발간이 격월간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지면의 구성도 거의 변한 것이 없다. 두 달에 한 번 할아버지까지 포함한 온 가족이 모여 지면회의를 하고, 가족과 친척에게 특별 기고를 부탁한다. 1회 분의 신문을 완성하는 데는 5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이렇게 완성한 신문은 70여 부를 복사해 고정 독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한다.



 번거로울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조양의 할아버지 조의현(66, 경기도 용인시)씨의 영향이 컸다. 조영헌씨는 “나도 처음엔 한두 번 만든 뒤 끝날 줄 알았다”며 “하지만 아버지께서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간다’는 생활철학을 가지고 우리 형제의 의욕을 북돋웠다”고 회상했다. 조의현씨는 아들이 발간한 첫 신문의 홍보 전도사를 자처했다. 신문을 30여부 복사해 친가와 외가 친척에게 배포하고 이웃의 10여 집에도 나눠줬다.



 신문을 받아본 친척과 이웃의 격려와 지지는 형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발간 횟수가 늘어날수록 독자도 많아졌다. 발간한지 2년이 지나자 신문지상과 언론에서도 조씨 형제를 주목했다. 소년한국일보에서 형제의 이야기를 기사로 소개했고 KBS는 20여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1994년에는 20세기 한국인 가정과 가족의 모습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선정돼 ‘서울 정도 600년 기념 타임캡슐’에 탑재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글쓰기 두려움 사라지고 생활태도 발전



 조씨는 가족신문의 꾸준한 발행이 자녀에게 가지는 교육적 장점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글쓰기 실력의 향상이다. 장문의 신문기사를 쓰는 훈련으로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마감일을 지키는 훈련의 생활화다. 실제로 조씨는 매월 25일인 마감일을 준수하고 있다. 조씨는 “시험기간이든 해외연수 중이든 관계 없이 기사마감일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며 “이런 훈련 덕에 대학원의 엄격한 시간 준수 문화와 사회 생활에서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도 있다. 부모와 자녀 중 어느 한쪽에라도 무리가 가면 안 된다. 조영헌씨는 “가족신문을 가족이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다”며 “가족의 얘기를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주기적으로 발간할 수 있는 형식부터 만들어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주위의 꾸준한 관심과 반응이 신문 발간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신문의 특성상 주위에 널리 알리고 배포해 받는 다양한 반응이 가족의 경험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25년간 발행한 비둘기집 가족신문은 조양의 집 거실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가족신문을 함께 살펴보고 있는 조양가족.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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