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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투자 인색? 유보율 오해한 탓”

중앙일보 2011.05.02 00:26 경제 4면 지면보기



LG경제연구원 분석
현금 아닌 공장·설비도 잉여금
투자 많이 하면 유보율 늘어나





‘유보율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이런 지적을 했다. 1일 발표한 ‘국내 상장기업 현금흐름 분석’을 통해서다. 통상 유보율이 높아졌다고 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라고들 하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것이다.



 그간 유보율은 기업들이 투자는 않고 현금을 곳간에 쌓아놓기만 한다는 증거로 애용돼 왔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유보율은 2009년 말 717.16%에서 지난해 말 769.86%로 1년 새 50%포인트 넘게 늘었다.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가 이 같은 수치를 발표하자 각계각층에서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두기만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보율의 정의는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것’. 얼핏 ‘투자를 하지 않아 잉여금이 늘어나서 유보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비판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러한 시각은 유보율이 제공하는 정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설명은 간단하다. 유보율을 산출할 때 쓰이는 ‘잉여금’이 현금으로 쌓아놓은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이 번 돈으로 땅을 사고, 공장을 짓고, 설비를 놓으면 그것도 잉여금에 들어간다. 꼭 현금만이 아니라 기업의 내부 재산 전부가 ‘잉여금’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니 현금을 쌓아놓지 않고 투자를 해도 잉여금이 증가하고, 유보율도 덩달아 늘게 마련이다.



 실제 기업들의 투자는 유보율과 함께 증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투자 지출은 2009년 73조원에서 지난해 90조원으로 증가했다. 유보율이 늘어나게 된 제일 큰 이유가 ‘투자를 많이 해서’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정상적으로 순이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유보율도 증가한다”며 “그런데도 단순히 유보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기업이 투자를 잘 않는다는 식으로 결론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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