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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연꽃·새둥지·소라·조각배 … 집안으로 들어오다

중앙일보 2011.05.02 00:15 경제 17면 지면보기
인테리어에도 흐름이 있다. 단정한 젠(Zen·禪) 스타일이 대세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실용적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시대가 와 버린 식이다. 또 한동안 인기를 끌던 소박한 프로방스 스타일이 고풍스러운 빈티지 스타일에 자리를 내준 것도 그 흐름에 따른 변화다. 일상생활 공간을 채우는 가구와 소품의 분위기는 이렇게 소비자들의 감성과 가치관에 따라 변해 간다. 그렇다면 차세대 인테리어 트렌드로 어떤 스타일을 꼽을 수 있을까. 그 답을 지난달 19∼24일 태국 방콕 국제무역전시센터에서 열린 ‘제31회 방콕 국제선물&가정용품 박람회(BIG+BIH)’에서 찾아봤다. 자연과 전통문화를 앞세운 ‘타일랜드 스타일’은 친환경 시대, 아시아 시대를 맞는 현시점에 주목해 볼 만한 컨셉트였다.


방콕 국제 선물&가정용품 박람회에서 만난 ‘자연을 닮은 가구’

방콕에서 글=이지영 기자 , 사진=태국 상공부 제공



자연을 찾아라, 전통을 입혀라













‘BIG+BIH’는 태국 상공부가 매년 두 차례 개최하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가정용품 무역박람회다. 이번 행사에선 태국을 포함해 아시아 10개국에서 597개 업체가 가구·조명·식기·침구 등을 내놓고 세계 각국에서 온 7만여 명의 바이어를 맞았다.



전시장은 ‘갈색’ 일색이었다. 라탄과 대나무·단풍나무 등 천연소재가 자연 그대로의 색과 결을 드러내며 자리를 지켰다.











디자인도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태국의 신예 디자이너 타나칸 판숙이 만든 의자 ①는 연꽃 모양과 색깔·질감을 모두 되살린 작품이다. 의자의 몸체는 라탄 줄기를 태국 전통방식으로 엮어 만들었으며, 가운데 부분은 실크를 사용해 실제 연꽃잎 표면과 비슷한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플래닛 2001’의 고리버들의자 ②는 새 둥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비피에스 밀콤(B.P.S. Milcom)’의 조명과 의자 세트③는 각각 소라와 정강이뼈에서 형태를 따왔다. 디자인 소품업체 ‘퀄리(Qualy)’의 문 닫힘 방지장치(도어스토퍼·④)는 나뭇잎 모양이다. 늘 바닥에 놓고 사용하는 제품이란 점이 땅에 떨어진 낙엽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태국의 전통문화도 각 제품 속에 숨어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태국 상공부 수출진흥국의 카타통 통야이 디렉터는 “태국의 전통을 겉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모던한 디자인 속에 집어넣고 이야기로 풀어주는 제품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태국의 남자들이 쓰는 긴 모자 ‘차다’의 모양을 딴 전등⑤과 황금 불상의 색과 질감을 재현한 세면대⑥, 발마사지를 위해 돌을 군데군데 박아 넣은 원형 러그⑦와 전통 고깃배를 반으로 뚝 자른 모양의 흔들의자⑧ 등 제품 속에 담긴 태국 문화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바이어들의 반응도 좋았다. 전시장을 찾은 미얀마 가구업체 ‘엘리펀트하우스’ 체리앙 킨 대표는 “태국 제품은 전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고 평했다.



‘전통+모던’의 퓨전 스타일은 전시장 밖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방콕 시내에 있는 고급 음식점 ‘나즈(Naj)’의 벽 조명⑨이 그 예다. 거울을 잘게 조각 내 붙이는 방식은 태국의 왕궁과 사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식법이다.



장인의 정신 ‘슬로 핸드’














‘패스트’를 밀어낸 ‘슬로’의 바람은 식문화에서만 국한될 일이 아닌 모양이다. 인테리어 용품에서도 ‘슬로’는 ‘고급’과 동의어 취급을 받았다. 이번 ‘BIG+BIH’의 전시장 한쪽은 ‘슬로 핸드 디자인’을 주제로 운영됐다. 전시 안내를 맡은 큐레이터들은 “‘슬로 핸드’가 태국 제품의 핵심 가치”라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수공예품 나무의자를 생산하는 ‘휘게(Hygge)’는 ‘슬로 핸드’의 의미를 환경 보호에서 찾았다.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사용함으로써 디자인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슬로 핸드’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냈다. 티크 나무를 깎아 만든 벽걸이 장식, 가죽 띠를 엮어 만든 다용도함, 금속을 자르고 두드려 만든 조명 갓 등이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만큼 당연히 제작기간이 길고 가격도 비싸다. ‘플래닛 2001’의 2인용 라탄 의자는 주문한 뒤 한 달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아 볼 수 있고, 가격도 10만 바트(약 360만원) 선에 이른다. 하지만 수공예품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과 완전히 똑같은 물건은 어디에도 없다는 희소성이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한다. 카타통 통야이 디렉터는 “태국에는 지방 곳곳에 숙련된 수공예 기술자가 많이 남아 있다”며 “이들을 활용한 산업을 장려함으로써 기술이 더 많이 전수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 내는 제품에까지 ‘슬로 핸드’ 색깔을 넣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다. 태국 최대 식기업체 ‘스리타이 수퍼웨어(Srithai Superware)’에서 신제품으로 내놓은 멜라민 식기는 표면이 울퉁불퉁했다. 이 회사 수출 담당 매니저 차이찬 차레온숙은 “마치 물레를 돌려 손으로 빚어 낸 도자기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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