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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민심

중앙일보 2011.05.02 00:13 종합 37면 지면보기








정당마다 민심 잡기에 부산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백성들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이다. 『맹자(孟子)』 『진심(盡心)』장에 “선정을 하면 백성들이 재물을 얻게 된다(善政得民財)”는 구절이 있듯이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경제정책이 선정이다.



 백성들을 경제생활에 전념하게 하는 것도 선정이다. 이런 선정이 ‘칼을 팔아서 송아지를 산다’는 뜻의 매도매독(賣刀買犢)이다. 『한서(漢書)』 『공수(<9F94>遂)열전』에서 유래한 말인데, 공수가 발해(渤海)태수가 되어 선정을 베풀자 백성들이 칼을 팔아 송아지를 사서 열심히 농사지었다. 전쟁 같은 것 일으키려 하지 말고 경제생활에 전념시키라는 뜻이다.



 ‘팥배나무를 사랑한다’는 뜻의 감당지애(甘棠之愛)도 선정이란 뜻이다. 『시경(詩經)』 소남(召南)편에 주 무왕(周武王) 때 소공(召公)이 선정을 베풀었는데, 백성들이 훗날 소공이 잠시 햇볕을 피하기 위해 쉬었던 팥배나무를 잘 가꾸고 보존하며 노래를 지어 불렀다고 전한다.



 정약용(丁若鏞)은 곡산(谷山)부사 시절의 선정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정조 의문사 후 정권을 독차지한 노론 벽파는 정조의 측근이었던 정약용을 천주교도로 몰아 죽이려고 했으나 황해감사 정일환(鄭日煥)이 ‘정약용이 곡산부사로 있을 때 끼친 칭송이 자자한데 사형시킨다면 옥사를 잘못 처리했다는 비방이 일 것’이라고 말려 유배형으로 낙착되었다. 곡산의 선정이 정약용의 목숨을 건졌다는 ‘곡산구정(谷山救丁)’ 같은 사자성어라도 생길 일이다.



 당(唐)나라 이한(李瀚)이 쓴 어린이용 학습서 『몽구(蒙求)』에 나오는 곽급죽마(郭伋竹馬)도 선정이란 뜻이다. 『후한서(後漢書)』 『곽급(郭伋)열전』에 보면 병주(幷州)목사로 선정을 베풀었던 곽급이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수백 명의 아이가 죽마(竹馬)를 타고 나와서 환영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맹자는 선정(善政)보다 선교(善敎)를 더 높게 평가했다. 선정이 경제정책 같은 물질적 정책이라면 선교는 교육·문화정책처럼 정신세계에 관한 정책이다. 『맹자』 『진심』장에 “선교는 민심을 얻는다(善敎得民心)”는 말이 있듯이 선교야말로 민심 획득의 요체다. 선교(善敎)는커녕 집값 하락, 전셋값·물가폭등, 양극화 심화 등에서 보듯 선정(善政) 근처에도 못 갔으니 집권당의 선거 필패는 예정된 코스였다. 야당 또한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훗날 낭패를 볼 것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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