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칼럼] 공허한 G20 체제

중앙일보 2011.05.02 00:09 종합 37면 지면보기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경제학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지난달 워싱턴에서 회의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얻게 될 성과는 거의 없을 듯싶다. 회의 주제는 ‘글로벌 불균형’이었다. 회원국 중 어느 나라가 ‘지속적 불균형’을 겪고 있는지를 찾아내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더 세밀한 분석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0월까지 계속한다고 한다.



 사실 이 문제는 굳이 IMF 전문가들에게 맡길 필요가 없이 간단하다. ‘최대 무역 흑자국과 최대 적자국이 어디냐’는 질문엔 경제학과 1학년 학부생도 쉽게 답할 수 있다. 최대 무역 적자국은 최근 12개월간 적자가 6500억 달러를 넘는 미국이다. 5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준으로 해도, 3.3%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폭을 기준으로 해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흑자가 가장 큰 나라는 당연히 중국이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의 4%인 3000억 달러다. 중국 외에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는 나라는 일본과 독일 정도뿐이다.



 이처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일에 G20은 너무나 많은 힘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 취해야 할 정책 역시 명확하다. GDP의 10%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일이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건 2009년에 입안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마무리되고, 정치적 합의에 의해 예산 삭감이 이뤄지고, 또 세입이 더 늘어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분명히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공허한 이야기다. 미국 대통령은 영국이나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에 비해 입법에 대한 영향력이 훨씬 작다. 더욱이 민주당이 상원에서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미국 대통령이 칸 G20에서 할 수 있는 제안은 새로운 게 아니라 미국에서 국내적으로 이미 했던 약속들뿐일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최근 발표한 5개년 계획에서 “소비 지출을 늘리고,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 지출도 늘리겠다”고 했다. G20이 원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국내적 필요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G20은 미국이나 중국의 행동을 바꿀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하지만 향후 얼마간 미국은 재정적자를 줄여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 하고, 중국은 국내 지출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이려 할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국내적 이유 때문이지만, G20 정상들은 틀림없이 “우리의 노력으로 글로벌 불균형이 줄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지난 2009년 4월 런던 G20정상회의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정상들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자’고 합의한 건 ‘수요 증대’란 각국의 국내적 필요가 모두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놓아두더라도 뻔하게 일어나게 돼 있는 일을 결정해놓고 G20정상들은 이를 ‘런던의 성취’라고 부각시켰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회담하기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경제학

정리=서승욱 기자 ⓒ Project Syndicate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