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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는 기업이 아닌 인재 합병”

중앙일보 2011.05.02 00:05 경제 9면 지면보기



강덕수 STX그룹 회장 경영을 말하다





“인수합병(M&A)은 회사가 아니라 사람을 사는 것이다.”



 M&A를 발판으로 2000년 2600억원 매출 규모의 회사를 10년 만에 100배로 키운 STX그룹 강덕수(61·사진)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지난달 29일 중국 다롄(大連)의 ‘STX다롄 조선해양 생산기지’에서 열린 그룹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그를 만났다.



 강 회장은 그룹의 주력 회사가 된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인수를 성공 사례로 꼽았다. 당시 범양상선은 해운사 선두권으로 STX와 사세가 엇비슷했다. 이런 이유로 STX의 인수를 반대했던 당시 범양상선 이종철 전무(고려대 법대 졸, 현 그룹 부회장)는 강 회장과 상견례에서 “(인수를 반대한 나를 포함해) 기존 경영진을 한 명도 안 자른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강 회장은 “이 사람아, 나는 회사가 아니라 자네 같은 인재를 산 것이야. 못 배워서 인재에 배가 고파”라고 대답했다. M&A에 대한 그의 철학이 잘 나타난 경우다. 이후 추성엽 STX 사장을 비롯해 범양상선은 그룹사 인재 배출의 근간이 됐다. STX는 이처럼 M&A를 통해 매출을 확대해 왔다. 2001년 인수한 대동조선은 매출 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조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범양상선도 2004년 2조원 매출에서 지난해 6조원으로 커졌다.



 강 회장은 이날 2020년 매출 120조원 비전을 발표하면서 미래 M&A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M&A를 하지 않는 것은 기업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업모델만 명확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지 M&A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0년 STX를 설립한 뒤 내수 시장에서 1, 2위를 목표로 했으면 오늘의 성공은 없었다”며 “어떤 M&A든 신사업이든 간에 처음부터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톱3’를 목표로 사업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 원자재부터 금융 및 매출 모두를 현지에서 해결하는 게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샐러리맨에서 오너로 변신해 종업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여파로 그룹 주력인 조선업이 반토막 나자 기획실에서 구조조정안을 보고했다. 이에 그는 “내가 샐러리맨 출신이라 아는데, 한 사람 자르면 네 명(가족 포함)을 자르는 거야. 금융위기는 곧 넘어가니 이런 인력 조정 없이 사업계획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단 한 명의 구조조정도 없이 금융위기를 넘기고 사세 확장을 계속한 셈이다.



 강 회장은 승계를 포함한 지배구조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지배구조는 한국에서만 난리다. 산업 역사가 짧아 그렇다”며 “유럽의 유명한 기업 오너들은 상당수 대주주(메인 셰어 홀더)라는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데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든 외국이든 창업자가 자식에게 주식을 넘겨주는 건 마찬가지다. 다른 것은 산업 역사가 오래되면 개인이 기업을 지배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롄=김태진 기자



강덕수 STX그룹 회장 인수합병 일지



· 2000년 사재 20억원으로 당시 쌍용중공업(현 STX엔진) 200만 주 매입해 최대주주로 오너 변신



·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1000억원에 인수



·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500억원에 인수



·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4300억원에 인수



· 2007년 세계 최대 크루즈선 제조사 노르웨이 아커야즈(현 STX유럽) 8500억원에 인수



· 2009년 하라코산유럽(현 STX솔라) 200억원에 인수



자료 : (주)S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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