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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딸 위해 50억원짜리 눈물로 지은 '가장 아름다운 건물'

중앙일보 2011.04.28 12:15












2003년 6월 2일 미국 보스턴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둘째 딸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동시통역사가 돼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려던 재롱둥이였다. 아버지는 50억원을 기부해 ‘이진아도서관’을 지었다. 그렇게 가슴에 묻었던 딸을 살려냈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22일 사연의 주인공 이상철(65·현진어페럴 대표) 씨와 도서관을 설계한 한형우 교수(50·호서대)을 만났다. 딸을 먼저 앞세운 지 8년이 지났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진아양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11살 쌍둥이 남매를 둔 한 교수도 아버지의 사랑에 감동했다. 건물 구석구석에 둥굴레풀을 심었다. 사고가 났던 6월에 하얀 꽃이 활짝 피는 다년생 풀이다. 열람실 창밖으로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오른 둥굴레꽃이 보였다.



▶위치: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현저동 101 (독립문 공원 내 서대문 형무소가 보이는 언덕)

▶면적:대지면적 757㎡(228평), 건축면적 655㎡(198평)

▶공사비: 61억원

▶특징:국내 공공건물 중 최초로 개인 이름을 붙였다

▶구조:규모 지상 4층, 지하 1층

▶공기:2004년 6월~2005년 9월 (진아씨의 25번째 생일인 9월 15일 완공)













◇아버지의 그리움을 담은 도서관



이 사장은 ‘딸바보’다.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낸 아버지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며 “지금도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도서관 때문에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요즘도 서너 달에 한 번씩 도서관을 찾는다. 은퇴하면 이곳에 와서 휴지를 줍고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다. 한 교수도 아버지의 사랑을 건물에 어떻게 담을지 고심했다. 이 사장이 ‘딸의 추모공간으로 짓지 말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진아기념도서관’이라는 이름과 1층 입구에 진아양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이 고인의 유일한 흔적이다.



그러나 어느 건물보다 따뜻하고 사려 깊게 지었다. 도서관 외벽을 둘러싼 빨간 벽돌과 목재에서, 유리로 마감한 천장을 통해 쏟아지는 햇볕에서 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도서관과 분위기가 다르다.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를 깐 바닥은 조용한 서재 분위기를 풍긴다. 소장 도서는 적지만 아담한 규모가 포근하다. 2005년 완공된 후 2009년 국무총리상, 2010년엔 문화관광체육부장관상, 서울시장상까지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었다. 작은 도서관 건물로는 이례적이다.









왼쪽부터 한형우 교수, 이정수 관장, 이상철 사장



◇일본 여행책에 ‘꼭 가봐야할 건물’로 소개



덕분에 건물은 추모 공간처럼 드러나지 않고도 널리 알려졌다. 이 사장은 “아직도 주민에게 ‘좋은 도서관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편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사연을 안 인근 아파트의 주민은 공사 기간인 1년 3개월 동안 매일 건물의 사진을 찍어 완공하는 날 선물로 줬다”고 말했다. 이정수 관장은 “실제로 도서관 때문에 주변 아파트 값이 올랐을 정도다”고 말했다.



개관 이래 ‘가장 멋진 이름의 건물’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등이라 불리며 주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 도서관을 찾은 한 시민은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라며 “도서관 때문에 이 동내로 이사 오고 싶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1층 모자실에 아들과 책을 보던 다른 주민도 “아이에게 도서관의 사연을 설명해주면서 나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여행 책 ‘서울에 가면 꼭 봐야하는 건물’에도 도서관이 실렸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물리적 표시에 집착한다. 한 교수는 “이진아도서관에는 이진아가 없어야 한다”며 “대신 그녀의 흔적이 도서관을 찾는 이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나는 오래 살지 못하지만 진아는 도서관 건물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속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심영규 기자 s09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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