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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지구촌 NGO 테마 탐방] ② 캄보디아 Pathway 농촌지역 주민 조직사업

중앙일보 2011.04.28 03:30 Week& 10면 지면보기



아이들 방과 후 교육에서 주민 상담, 행정 서비스까지



이창호
남서울대 교수




지난 2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남부 따께오 지역의 농촌마을. 마치 우리의 원두막처럼 어른 키 높이의 나무 기둥 위 공중에 지은 판자집들이 모여 있다. 홍수와 지열과 뱀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열대가옥이다. 그 중 별나게 개조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집과 지면 사이 공간에 10여㎡(3평 남짓) 크기의 삼각형 평상을 한 층 더 만들어 공부방을 꾸며 놓았다. 가지런히 놓인 책상에 10명 남짓한 꼬마들이 앉아 칠판과 선생님을 주시하며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How are you this morning?”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이다. 선생님은 동네 아줌마 지젠(53), 그 집 주인이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여기에 와서 영어 공부를 더 합니다. 저는 볼런티어구요.”



이곳을 안내한 Pathway 직원 쩬다(32)는 “이 지역 12개 마을(코뮨)에서 20명의 선생님이 지젠처럼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칫 특별한 희망도 목표도 없이 자랄 수 있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나눠주며 꿈을 갖게 해주는 거지요.”



1970년대 킬링필드로 상징되는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 캄보디아. 50%가 넘는 문맹률. 그곳의 농촌이 조용히 변하고 있다. 90년대 초 개방화 이후 도시 지식인들이 벌여온 지역사회 개량 운동의 영향이다. 의사인 쎔씨앙(45)이 이끄는 현지 NGO Pathway도 그 중 하나다. 2003년부터 캄보디아 농촌지원 사업을 하던 미국의 PAK이 3년 전 철수하자 그 사업을 물려받고 더 독창적이고 주민 친화적인 사업을 개발했다.









따께오시 변두리 농촌마을에서 Pathway 소속 자원봉사 교사가 자기 집에 만들어놓은 공부방에서 방과 후 모인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유급 직원 1명, 중간관리자급 자원봉사자 2명, 그리고 통·반장급 자원봉사자 20명을 조직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고졸 주부들과 퇴직 교사, 전직 공무원 등이다. 이들은 월 15달러의 활동비만 지원받고 대부분 자기 집이나 마당에 공부방을 만들어 아이들 방과 후 교육이나 주민 교육을 한다.



Pathway는 이 곳에서 교육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쌀 은행(rice bank)과 소액금융(micro credit)기구를 설치, 어려운 주민에게 쌀이나 돈을 빌려준다. 주민들이 채소와 가축을 기를 수 있게끔 가정농장 지원도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역시 동참한다. 주민들에게 사업을 홍보하고, 보증을 서고, 융자를 중개해 준다. 행정 서비스가 제대로 못 미치는 이 곳에서 교사이고, 주민 상담가이며, 행정 공무원인 셈이다.









Pathway로부터 학용품 세트를 선물받은 방과 후 공부방 어린이들과 봉사자들.



Pathway는 지난해 이 같은 농촌 주민 조직사업을 인근 3개 코뮨으로 확대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외국 단체의 자금지원을 받아 150명 정도의 농촌아동과 그 가정들을 향해 사회복지사·간호사 등 3명의 전문가들을 고용,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최일선에서 아동들을 돌보는 것은 볼런티어들이다.



“캄보디아의 낙후된 농촌에선 NGO가 정부 기능을 대신하는 곳이 많지요. 무엇보다 교육받고 문명화 된 주민들이 자원봉사로 협조하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씨앙 회장은 “국민의 80%가 농민인 캄보디아의 미래는 농촌 아동과 주민 자원봉사자들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의미를 두었다.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이창호 남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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