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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 다시는 못 자라도록 뿌리째 뽑아버렸지요”

중앙일보 2011.04.28 03:30 Week& 10면 지면보기



신한은행, 위해식물과의 싸움



신한금융그룹 직원 봉사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다른 식물들을 말라 죽게 하는 환삼덩굴을 뽑고있다. 이런 위해식물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뽑는 것 밖에는 제거방법이 없다. [최명헌 기자]







토요일인 23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동쪽 계단 입구에 푸른색 조끼를 입고 목장갑을 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하늘공원의 위해식물을 제거하러 온 신한은행 직원 72명이다. 오늘은 환경실천연합회 자원봉사자 60여명과 함께 작업하는 날. 제거 대상은 환삼덩굴이다. 환삼덩굴은 토종이지만 왕성하게 뻗치는 덩굴로 다른 식물들을 뒤덮고 휘감아 말라죽게 하는 골치덩이다.



“지금 여러분 눈에 보이는 파란 풀이 전부 환삼덩굴입니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몇 주 만에 비탈을 전부 덮어버릴 정도로 번식이 빠릅니다.”



윤학수 서울시 서부푸른도시사업소 생태보전팀장의 설명이 끝나자 계단입구부터 하늘공원까지 이어진 비탈에서 작업이 시작됐다. 이 공원에는 환삼덩굴과, 단풍잎돼지풀·서양등골나무 등 서울시가 생태계 위해식물로 지정한 5종이 폭넓게 분포한다. 특히 경사면은 10분의 1 정도를 점령한다.



마침 전날 내린 비로 땅이 부드러워져 뽑는 건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가파른 경사면이라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 십상이다. 곧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뿌리째 뽑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능숙한 솜씨로 작업을 하던 하비룡(40·여·BPR부)씨가 흙 묻은 장갑 손등으로 땀을 훔친다. 2007년부터 글로벌사업추진부에서 일하고 있다는 몽골인 바트자르갈(31)은 우리 말로 “많은 한국사람들이 몽골 사막에 나무 심으러 오잖아요. 나도 한국의 자연보호를 위한 일을 하니 기쁘네요”라고 했다.



작업을 시작한 지 한 시간쯤 뒤. 공원 계단 주변은 뽑힌 풀더미가 벌써 수북이 쌓였다. 봄날 치고는 따가운 햇볕에 조금씩 지쳐가는데 누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진을 보다가 한 쪽을 찢었어. 지금 우리처럼 …” 신입사원 정현태(28·오류동지점)씨의 ‘사진을 보다가’(바이브) 열창에 손길들엔 다시 힘이 들어간다. 오류동지점 소속인 엄마를 따라 온 문현수(11·상지초5)군은 “나쁜 풀을 뽑아야 하는 걸 처음 알았어요. 열심히 뽑을께요”하며 거들었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이 지났다. 하늘공원 비탈이 숨통이 터진 듯 훤해졌다. 땀에 젖은 봉사자들의 얼굴에도 후련함이 가득했다.



이날 풀 뽑기는 신한금융그룹이 수행하는 4대 사회공헌활동 부문 가운데 환경부문의 한 봉사 아이템이었다. 환경부문만 해도 위해식물 제거에서 문화재 정화, 국립공원 나무표찰 달기, 환경사진 공모전, 한평(坪)공원 조성사업, 복지시설에 태양광 발전시설 조성,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 등이 일년 내내 이어진다. 다른 팀들은 이날 수원 화성·현충사·미륵사지 등 전국 21개 문화재 주변에서 잡초제거와 주변 화단 만들기를 했다. 일주일 전인 16일에는 서울숲 진달래동산 조성에 100여명이 다녀왔고, 사흘 전인 20일에는 한동우 회장과 서진원 행장 등 그룹 CEO들과 직원 등 100여명이 서울 성북구 삼선공원에서 채소 모종을 심은 ‘상자텃밭’들을 만들어 지역 저소득 가정 200가구에 선물했다. 다음 주말인 30일에는 서울 남산에서 또 다른 팀이 또 다른 위해식물 제거작업을 한다.



글=손지은 행복동행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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