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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회지도층의 선택은 나눔과 봉사지요”

중앙일보 2011.04.28 03:30 Week& 4면 지면보기



이제훈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21일 경기도 수원시 만석공원에서 열린 제18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 출범식에서 이제훈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가 급식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지도층이 나눔과 봉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입만 열면 얘기하는 사회통합도 그래야만 가능해집니다.”



이제훈 한국자원봉사협의회(이하 한봉협) 상임대표는 요즘 가는 곳마다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주’ 를 얘기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를 깨뜨릴 힘이 거기서 나온다는 믿음에서다. ‘사회지도층’ 현빈의 해병대 자원 입대가 세대를 뛰어넘어 국민적 관심과 격려를 받는 것처럼.



21일 수원시 만석공원에서 열린 2011 전국자원봉사대축제 개막 행사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사장을 지낸 71세의 언론계 원로다. 하지만 이제 ‘나눔과 봉사 CEO’로 더 바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2002년 한국 BBB운동 회장으로 자원봉사계에 들어선 이래 한국자원봉사포럼 회장과 경기도 자원봉사센터 이사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어린이재단 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달 임기 2년의 한봉협 상임대표에 재선된 그는 3월 30일 취임식을 ‘사회지도층 나눔 봉사 선포식’과 달동네 집수리 봉사활동으로 대신했다. 전직 대학총장들과 종교계 원로, 대기업 경영진, 그리고 자원봉사계 인사 등 300여명도 함께 선서하고 약속했다. “매달 넷째 토요일은 봉사를 실천하는 날!”





- 그날 ‘사회지도층의 나눔·봉사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하셨는데.



“선언 뿐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한봉협은 물론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에서도 함께 하기로 했다. 우리가 먼저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참여할 거라고 본다.”



이 대표는 그 첫 날인 23일 사회통합위 위원들과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쪽방촌에 가서 도배와 집수리 봉사를 ‘실천’했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보기가 쉽지 않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결국 자기자신을 위한 일이다. 부자가 가난한 이웃으로부터 존경 받을 수 있어야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 아닌가. 정치인들도 복지 포퓰리즘으로 갈등만 키우기보다는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데 앞장서면 좋겠다.”



-올해가 유엔이 2001년 ‘세계자원봉사자의 해’를 선포한 지 10년째다. 그동안 국내에도 자원봉사자가 크게 늘었는데.



“현재 우리 국민의 약 20% 정도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자원봉사운동이 본격화 된지 10여년 밖에 안된 걸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하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영국 등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 가장 시급한 건 무얼까.



“오히려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양보다 질을 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때다. 봉사 참여인구를 늘리려고 시작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점점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 자원봉사활동을 격려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각종 보상제가 자원봉사 고유의 의미를 왜곡하기도 한다. 관변화 되어서도 안 된다. 자원봉사의 기본을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



이 대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자원봉사 인정·보상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원봉사의 기본이라면.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마음이 아름답고 가슴이 따뜻하지 않으면 나눔과 봉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 어린이재단 후원자 중에 한 여자아이를 두살배기 때부터 결연해 도와온 분이 계셨다. 그 아이가 커서 결혼하게 됐는데 식장에 함께 들어가줄 아버지가 없다는 얘기를 뒤늦게 알고는 성인 입양을 해서 아버지 역을 했다. 그런 진정성과 지속성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감동적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겐 쉽지 않은 일 같다.



“그렇지 않다. 최근 자원봉사는 복지시설 등에 가서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에서 재능 나눔으로 주류가 바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재능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건강과 힘이 재능인 셈이고, 수학을 잘 하는 사람, 음식을 잘 하는 사람 등등 모두 각자의 재능을 나눠줄 수 있다.”



  이 대표는 “사회지도층은 나눠 줄 경험과 지식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라며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확산에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글=김정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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