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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운용 독립안 8년째 표류 중

중앙일보 2011.04.28 01:23 종합 12면 지면보기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방안을 제안(26일)하자 논란이 뜨겁다. 대기업을 견제하려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연기금이 기업의 경영까지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부닥친다.



 곽 위원장은 사전에 기금 운용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나 기획재정부와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복지부 일각에서 주주권 강화 의견이 있긴 했으나 공식적으로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행 기금 운용체계는 기금운용위원회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이원화 구조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하고 실제로 돈은 기금운용본부가 굴린다. 기금운용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며 경제부처 차관, 한국경총·전경련 등 재계 대표, 노동계 대표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입김이 강한 구조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체제에서 주주권 강화 얘기를 꺼냈다가는 기업들로부터 큰 오해를 살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인 기업 손보기라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주주권 중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의결권만 행사해 왔다. 이사 선임 찬반 안건이 가장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곽 위원장의 주주권 강화 주장이 나온 것이다.



 26일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338조원. 한 달에 2조원가량 쌓이고 있다. 곽 위원장 말대로 주주권을 강화하려면 현행 기금 운영체계로는 불가능하다. 정부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나가야 오해를 사지 않는다.



 기금 운용의 독립 논의는 2003년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국민연금기금이 100조원을 넘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2003년 이후 세 차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2003년 법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하고 민간인이 위원장을 맡는 게 핵심이었다. 이 안을 두고 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갈등을 계속하다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다음 해에는 여당과 정부가 수정안을 마련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를 기금운영공사로 만들고 기금운용위원회에 들어가는 연금 가입자 대표 숫자를 과반수로 구성하는 안이었다. 이 역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셋째 안은 2008년 8월 복지부가 제출했다. 특수법인 형태의 기금운영공사를 만들어 독립적으로 기금 운영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금융·투자 전문가 7명으로 구성한다. 모두 민간인이다. 최대한 정부나 정치권, 이익단체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하자는 안이다. 복지부는 최저수익률 목표 제시, 감사 임명 등 종전보다 제한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을 뿐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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