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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의 ‘금시초연’ ⑩ 프랑시스 풀랑크의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중앙일보 2011.04.28 00:46 종합 29면 지면보기



오페라 만나 더 빛나는 프랑스어의 아름다움



다음달 한국 초연되는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프랑스 귀족 가문의 딸, 블랑슈 드 라 포르스의 삶은 불완전하다. 어머니는 그를 낳으며 세상을 떠났다. 시기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하려는 참이다. 결핍과 불안이 계속된다. 블랑슈는 수녀원을 선택해 현실에서 도피한다.



 프랑시스 풀랑크(1899~1963)의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는 이 같은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시작한다. 폭풍 속에서 끊임없이 도망가려다 붙잡히는 블랑슈의 이야기다. 전형적인 프랑스 오페라다. 오페라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남녀 간의 사랑을 주로 그릴 때 프랑스 오페라는 장대한 역사적 사건과 철학적 문제를 고민했다. 구노의 ‘파우스트’, 드뷔시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등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틈바구니에서 ‘프렌치 스타일’을 확립한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와 장대한 규모, 상징적 표현이 특징이다.



 프랑스의 오페라 음악코치 앙투완 팔록은 “프랑스어는 음악에 가까운 언어다. 자음·모음은 물론 독특한 비음이 노래하는 듯하지 않은가. 때문에 텍스트와 음악의 자연스러운 만남이야말로 프랑스 오페라의 가장 큰 묘미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한국초연 기념 기자간담회에서였다.



 파리에서 태어나 자국 음악의 발전을 이끈 작곡가 풀랑크는 이 오페라에 프랑스 색채를 가득 뿌렸다. 프랑스어의 아름다움을 살린 수녀들의 합창, 오케스트라 악기가 하나하나 살아나는 음색을 발견할 수 있다. 풀랑크는 점점 난해해지는 현대 음악에 반기를 들고 고전으로 회귀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프랑스 샹송, 살롱 음악 등은 대중적이기까지 하다. 때문에 그의 오페라는 현대음악임에도 껄끄럽지 않다.



 블랑슈의 현실도피는 실패로 돌아간다. 13명의 동료 수녀와 함께 단두대에서 처형 당하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다. 풀랑크는 이 장면에 섬찟한 단두대의 칼날 소리를 14번 넣었다. 합창하던 14명의 수녀는 오케스트라 타악기가 단두대 소리를 낼 때마다 한 명씩 사라진다. 흰옷을 입은 수녀들이 차례로 무대 위에 쓰러지는 장면은 별다른 시각효과 없이도 엄청난 공포를 전달한다.



▶풀랑크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1957년작, 총 3막)=5월 5~7일 오후 7시30분, 8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6-5282.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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