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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돈 안 들이고 성장하는 법 ‘규제 개선’

중앙일보 2011.04.28 00:26 경제 8면 지면보기






유복환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




서울에 7억원 정도의 2층 창고를 짓는다고 하자. 관련기관 방문 등 절차를 얼마나 거쳐야 하며, 또 비용은 얼마나 들까. 지방자치단체와 등기소 방문 등 행정절차는 10단계를 거쳐야 한다. 비용은 2800만원 가까이 든다. 전기와 상수도 연결비용만도 약 1300만원이 든다.



 이웃나라 일본은 어떤가. 건축 인허가 비용 부문에서 일본은 세계 2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85위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적이다. 왜 그런가. 일본은 전기, 상하수도 연결 비용을 일시에 청구하지 않고 납부할 사용요금에 포함해 부담을 덜어준다. 최근에 우리나라도 제도를 고치기로 결정했다. 이 분야에 최우수 국가는 아니더라도 경쟁국 수준은 돼야 하지 않겠는가.



  건축 인허가 절차 부문에서 홍콩은 5년 전만 해도 세계 77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원스톱 센터 설립을 통해 통합 처리하는 등 발상의 전환으로 최근 1위로 도약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얼마 전만 해도 서울지역에 기업을 세우려면 8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했고, 기간도 14일이나 걸렸다. 최근 원스톱 재택창업시스템을 도입했더니 절차와 소요기간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법인등록비용은 아직도 세계 92위로 뒤처져 있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대륙법체계나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들어 비용이나 절차를 줄이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부각시키는 건 세상이 빠른 속도로 세계화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의 특수성이 국내외 기업의 투자에 불편을 끼치는 요소가 돼선 안 된다. 익숙한 제도를 선뜻 바꾸기 어렵다면 해외의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규제개선을 통해 행정절차와 비용을 줄여야 한다.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경제 성장도 되고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그래서 기업규제 개선은 재원 투입 없이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방법이라고 불린다.



  세계은행의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2008년 23위에서 2009년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19위)했다. 그간 정부의 수차례에 걸친 대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지난해엔 183개국 중 16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도 계속 올라가고 있으나 그 상승 속도는 높지 않다. 이는 국가 간의 기업환경 개선 경쟁이 치열하고 상위권으로 갈수록 근본적인 제도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환경의 좋고 나쁨은 상대적 개념이다. 우리보다 앞선 국가들을 추월하려면 그들의 개선속도를 뛰어넘어야 한다.



 기업 활동을 위해 관청 출입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이 얼마인가에 따라 경쟁력 우위가 결정된다.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공장을 설립하는 데 경쟁국보다 수개월 늦어진다고 하자. 이는 신상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선점하려는 싸움에서 패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기업들이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모든 제도와 정책이 기업 활동을 잘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수립되고 집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 재산권 등록 등 취약분야에서는 뚜렷한 개선이 없는 상황이다. 미흡한 사항에 대해 팔을 걷어붙이고 지속적인 혁신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복환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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