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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유정복 장관의 ‘오리론’

중앙일보 2011.04.28 00:26 경제 8면 지면보기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난다. 뛴다. 헤엄도 친다. 그런데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다.” 오리가 그렇다고 했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말이다. 26일 출입기자단과 점심을 먹으며 꺼낸 우스개였다. 이날 점심 메뉴가 오리였다.



 유 장관의 ‘오리론’은 이어졌다. 우리 교육 시스템도 오리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잘하는 걸 찾아 키워주는 대신에 못하는 과목을 찾아내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과목을 골고루 어중간하게 잘하는 아이들이 성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오리론에 공감한다. 다 잘하려다 보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도 그렇다. 여론과 이해당사자의 눈치를 보고 오리처럼 두루뭉수리로 머뭇대다가 타이밍을 놓칠 때가 있다. 농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캐나다 쇠고기 수입 협상도 마찬가지다.



 민감한 문제이긴 하다. 캐나다는 강경하다. 시장 개방 안 한다고 우리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까지 했다. 상황은 불리하다.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패소할 게 뻔하다. 양자 협의로 풀자니 여론이 무섭다. 구제역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심(農心)은 성날 대로 성났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 때의 국민 반발이 떠올라 두려울 것이다. 농식품부 김종진 통상정책관은 “안팎으로 압력이 너무 세다. 꿈에서 협상 관련자들을 만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이런저런 입장을 다 고려하다 보니 양자 협의 마무리는 계속 미뤄진다. 농식품부는 지난해엔 “연내에 타결될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올 초 타결 전망이 나왔었다. 최근 유 장관은 “상반기 중에 타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결국 WTO에 패널 보고서 배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 협의는 다 해놓고 재·보선 이후로 발표 시점을 조율한다”는 ‘음모론’도 돈다. 관가에선 “요즘 협상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라는 자조적 표현도 나온다.



 이것도 저것도 못하는 오리식 협상은 안 된다. 여기저기 눈치만 보다 양자 협의 시점을 놓치면 다 잃을 수도 있다. WTO에서 패소하면 국제 기준에 맞게 국내법을 뜯어고쳐야 하고, 캐나다뿐 아니라 전 세계에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유 장관의 ‘오리론’, 남 얘기가 아니다.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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