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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준 경제연구소장의 경제 산책] 정부-재계 이대로 갈 건가

중앙일보 2011.04.28 00:25 경제 8면 지면보기






박의준
경제연구소장




정부·재계·관계가 참 아슬아슬하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분위기다. 정권 차원의 재계 군기잡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뒤늦게 재벌 개혁에 나선 느낌마저 든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불편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토록 많이 도와줬는데 정책에 적극 호응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어느 그룹이 소극적이냐”고 물으면 구체적인 이름까지 술술 댄다. 그러면서 “최소한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청을 높인다. 그러나 재계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투자·고용 숫자까지 제시한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압박 강도가 갈수록 더하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기업 활동에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탓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대로 가다간 반기업 정서만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은 형국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는 어디 갔는지 모를 일이다.



 현 정부 출범 초 재계의 기대는 아주 컸다.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MB 노믹스’는 작은 정부와 공공개혁, 규제완화 등을 핵심 기조로 삼았다. 또 ‘7% 성장을 위한 7대 경제원칙’ 가운데 맨 첫머리에 올려놓은 것도 ‘이념·규제보다는 시장 중시’였다. 시장은 자유와 경쟁이 요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추진력이 뛰어나 의료산업 선진화 등 해묵은 과제들도 잘 풀 것으로 기대했다. 한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하더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자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는 투자를 머뭇거리거나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이었던 대기업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고환율 정책으로 대기업을 엄청 도왔는데도 화답(和答)할 줄 모른다는 게 불만이었다.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은 채 빚을 내 몸집 불리기에 바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면서 재계 비판의 강도가 훨씬 세졌다. 한나라당 인기가 급락하는 정치 상황과 재계를 연관지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중산·서민층 표가 떨어지는 건 재벌들을 제대로 잡지 못한 탓이 크다는 뉘앙스였다.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 너무 쏠리는 탓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동반성장’을 국정의 키워드로 들고 나왔다. 이때부터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오더니, 5년 전 사라졌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부활할 전망이다. 기름값이 치솟자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유업체를 압박했다. 급기야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26일 “대기업의 관료주의를 막고 시장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금을 통해 대기업 경영을 간접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의미다. ‘큰 정부’ 노선을 선언한 셈이다. 이는 ‘MB 노믹스’와 배치된다. 그는 “기업이 세니까 누구도 견제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게 정부의 진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치인이든 기업이든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했으면 좋겠다. 문제 해법이나 한계를 서로 잘 알면서 감정싸움만 하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법규를 지키는지 제대로 감독하는 일이 우선이다. 이익공유제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과거 대기업이 저질렀던 못된 짓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그 출발점이다. 납품 단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후려치고 애써 개발해 놓은 기술과 유능한 사람을 빼가는 일을 관두자는 것이다.



 이제 현 정부 임기는 1년9개월 정도 남았다. 총선·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올 연말까지다. 더구나 대외 복병이 많아 정부와 재계가 손을 맞잡아도 선진국 가는 길이 수월치 않다. 이런 마당에 사사건건 충돌해서야 되겠는가. 대통령과 주요 그룹 회장들이 마주 앉아야 한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요구사항이 있으면 당당하게 밝혀라. 그런 다음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자. 그래야 경제정책을 잘 조율할 수 있다. 지금처럼 참모들이 외곽을 두드리면 시장 혼선만 가중된다. 정부-재계 소통이 요즘 수준이라면 정말 희망이 없다.



박의준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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