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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책받침 속 여신

중앙일보 2011.04.28 00:13 경제 19면 지면보기



소피 마르소 사진 품고 다니던 까까머리 소년들



소피 마르소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서정윤의 ‘홀로서기’를 외우고, FM을 들으며 테이프에 음악을 녹음하고, 스타들의 사진을 코팅하던 시절. 특히 ‘책받침 여왕들’에 대한 여드름 소년들의 충성도는 대단했다. 지금은 사라진 지난 세기의 추억. 플라스틱 비닐 안의 여신을 되새긴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7 나스타샤 킨스키



광기의 배우인 아버지 클라우스 킨스키의 유혹적인 야수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나스타샤 킨스키. 뭔가 아는 녀석들의 책받침 모델이 됐다.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올 누드 상태에서 온몸에 비단구렁이를 칭칭 감은 사진이 은밀하게 나돌기도. 킨스키가 스무 살 때 찍은 사진이었다.



6 세 명의 제니퍼



‘플래시댄스’로 혜성처럼 나타난 제니퍼 빌스. 빨려들 것 같은 눈빛의 제니퍼 코넬리. ‘더티 댄싱’의 제니퍼 그레이. 그들은 1980년대를 이야기할 때 나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한 채 활동하는 배우는 코넬리뿐. 힘든 청춘기를 보낸 그녀는 30대에 재발굴돼 오스카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5 다이앤 레인



캘리포니아 토박이인 그는 주정부의 관료주의에 신물이 난 나머지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고, 1985년 카멜시 시장이 된다. 정치적 성향은 공화당. 하지만 부시의 전쟁에 “자기 파괴적인 멍청한 행동”이라고 공개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 정파를 넘어선 신념을 지녔다.



4 왕쭈셴(王祖賢 ·왕조현)



‘천녀유혼’이 상영되던 재개봉관.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극장 여기저기에선 플래시가 터졌고, 그 사진들은 학교에서 장당 100원에 불법적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인간보다 아름다운 귀신이었던 그녀는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와 함께 1980년대 하반기를 접수했던 여신.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련하다.



3 브룩 실즈



태어났을 때 산부인과 간호사들을 경악시켰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브룩 실즈. 책받침 여왕의 선두 주자였던 실즈에게 지나친 아름다움은 오히려 족쇄였다. 아역 시절 천재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고 프린스턴 대학 시절 전과목 A를 받았던 그녀는 조디 포스터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지만…. 안타깝다.



2 피비 케이츠



청순함과 섹슈얼한 매력을 함께 지녔던 그녀는 남학생들의 몽정기를 장악했던 스타였다. 도시 지역 청소년 중 불법 비디오로 ‘파라다이스’ ‘프라이빗 스쿨’을 보지 않은 사춘기 소년은 거의 없었을 듯. 유난히 수영복 사진이 많았는데, 완고한 선생님들에게 책받침을 압수당한 피해자들도 속출했다. 케빈 클라인과 결혼 후 은퇴했다.



1 소피 마르소



저런 여자친구 하나 있었으면…. 그녀를 바라보는 소년들의 가슴은 방망이질쳤다. 그러기에 그녀의 성인 선언은 더욱 고통스러웠고, ‘지옥에 빠진 육체’를 보고 온 후 고통스러워하던 순정파도 있었다. 이후 산전수전을 겪으며 꾸준히 길을 걸었던 그녀는 결과적으로는 가장 생명력이 강한 책받침 여왕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주에 만나는 ‘디어 미’는 31년차 배우의 37번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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