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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4.2% 성장했는데 쓸 돈은 줄었다

중앙일보 2011.04.28 00:09 경제 1면 지면보기



1분기 국내총소득 0.6% ↓
원유값 올라‘실속없는 성장’





한국 경제가 1분기에 실속 없는 성장을 했다. 경제가 성장했는데 소득은 줄고, 양극화가 굳어지며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했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때와 비교될 정도다. ‘초과이익공유제’나 ‘연·기금을 통한 대기업 견제 강화’ 등 논란 많은 정책이 요즘 자주 등장하는 것도 성장의 질이 떨어지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은 27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때보다 4.2% 증가했다고 밝혔다. 괜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사정이 다르다.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은 오히려 0.6% 줄었다. 외국과의 교역조건이 나빠져 같은 돈으로 사올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양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주력 품목인 액정화면(LCD)과 반도체 값이 10% 이상 떨어진 반면 원유 등 원자재 값은 두 자릿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름값이 오르는 바람에 실제 쓸 수 있는 내 주머닛돈이 줄었다는 얘기다. 1분기 교역조건은 -3.6%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3분기(-4.9%) 이후 가장 나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일을 열심히 했지만 소득이 상대적으로 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GDP 증가도 부문별로 온도차가 극심했다. 수출기업을 포함한 제조업 생산이 3.2% 늘어난 반면 농림업(-5.1%)과 건설업(-6.1%)은 크게 위축됐다. 특히 건설업 투자 감소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 이후 최악이었다. 제조업과 다른 부문 간의 차이도 지난해 이후 줄곧 확대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수출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외바퀴형 성장이 심화하며 양극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론 지속적인 성장이 위태롭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하고 물가상승으로 실질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가계 실질소득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소득이 생산을 밑도는 현상은 앞으로 실질구매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가 상승 등으로 벌어진 GDP와 GDI의 격차가 2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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