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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중앙정부 말 바꾸기에 뿔났다

중앙일보 2011.04.28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해석
호남 취재팀장




국토해양부가 3일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을 발표한 뒤 목포 등 전남 서남권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남도가 요구한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하는 64.9㎞의 고속철 전용 신선(新線) 설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호남고속철도 건설 방안에 따르면 충북 오송~광주 송정 구간은 신설한다. 하지만 광주 송정~목포 구간은 기존 노선을 보완해 고속화하는 것이다. 이 변경안은 사업비가 9700억원밖에 들지 않는다. 전남도가 주장하는 신선 설치보다 2조1700억원이나 덜 든다.



 기존 선로를 개량하다 보니 고속철도다운 속도(최고 시속 300㎞)를 내지 못하는 단점은 있다. 그렇다고 일부 주민과 지방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저속철(低速鐵)’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최고 시속이 230㎞나 되기 때문이다. 광주 송정에서 목포까지의 소요시간이 19분으로 전남도가 요구하는 안보다 3분 길어질 뿐이다. 호남고속철도의 끝에 있는 목포는 경부고속철도 끝의 부산처럼 교통 수요가 아주 크지도 않다. 국토해양부는 경제적이면서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간 과정을 되짚어 보면 전남도와 서남권 주민들이 반발할 만도 하다. 정부는 2006년 국가철도망 구축 기본계획 발표 때 광주 송정~목포 구간도 2조3200억원을 들여 48.6㎞의 고속철 전용 신선을 놓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다만 개통 시기를 앞당겨 주면 더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국토해양부가 전진은커녕 후퇴한 방안을 들고 나왔으니 열을 받는 것이다. 주민들의 자존심도 적지 않게 상했다. “이제까지 계속 고속철을 약속하더니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개통 시기 문제도 주민들의 속을 긁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때 호남고속철도를 조기 개통하겠다고 공약(公約)했다. 이는 사실상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 됐다. 이번에 국토해양부가 밝힌 개통 시기는 충북 오송~광주 송정 구간은 2014년, 송정~목포 구간은 2017년이다.



 호남고속철도 건설 변경안은 앞으로 관련 부처 등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전남도는 신선 설치를 계속 주장하겠다고 말한다. 민주당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주장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민들의 집단행동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결국 문제의 원천은 국토해양부다. 처음부터 타당성을 검토할 때 정확한 분석을 했어야 한다. 당시는 사업성이 충분하고, 예산도 뒷받침될 수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시 주민들의 반발이 두려워서 얼렁뚱땅 넘어간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설령 지역의 바람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왔더라도 정부는 투명하게 발표하고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지역 갈등의 원천에는 이렇듯 대부분 중앙정부가 있다. 지방 주민들은 중앙정부를 믿지 못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방에 미안하다고 반성의 뜻을 표한 중앙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해석 호남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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