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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은 혼다, 얼굴은 벤틀리…진화하는 중국 ‘짝퉁차’

중앙일보 2011.04.28 00:02 경제 11면 지면보기



내연기관 변속기 단 전기차도



한때 쌍용차의 주인이었던 중국 상하이차는 쌍용 카이런의 앞뒤와 비슷한 ‘로위 W5’를 선보였다.



중국 모터쇼에는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가 있다. 전 세계 자동차들을 구석구석 따라 만든 ‘짝퉁차’가 그것이다. 19일 개막한 상하이모터쇼에서도 짝퉁차의 담대함은 멈추질 않았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매번 새로운 것이 더해지는 진화도 볼 수 있었다.



 한때 한국 쌍용차의 주인이었던 상하이자동차(SAIC)는 이번 모터쇼에서 쌍용 카이런의 앞과 뒤를 보는 듯한 ‘로위 W5’라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놨다. 쌍용차는 지난달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됐다.









1993년식 도요타 RAV4에 인피니티 FX처럼 생긴 라디에이터 그릴을 붙였다. 이름은 존웨이 A380.



 메르세데스-벤츠와 합작 관계에 있는 베이징자동차(BAIC)는 C클래스와 E클래스를 조립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모터쇼에는 BC302라는 자체 모델을 선보였다. 벤츠 B클래스와 실내까지 거의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다. 1.5L 미쓰비시 엔진을 얹었다. 5도어 해치백 모델인 BC301과 왜건 모델까지 더해질 예정이다.



 스쿠터와 모터사이클을 만들던 존웨이(Jonway)는 2003년식 도요타 RAV4와 빼 닮은 몸통에 인피니티 FX에 달렸던 묵직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붙여 놓은 듯한 신차를 전시했다.









세단형인 베이징차(BAIC)의 BC302는 메르세데스-벤츠 마이B와 꼭 닮았다.



 기아 쏘렌토(구형)를 먹지에 대고 베낀 듯한 황하이(黃海)자동차의 크로스오버차량(CUV)은 이번엔 픽업 모델로 진화했다. 쌍용 액티언에 기다란 짐칸을 붙인 액티언 스포츠처럼, 쏘렌토의 후면부에 기다란 짐칸을 붙인 형상이다. 덕분에 다섯 명의 승객 외에도 500㎏의 짐을 실을 수 있는 기다란 공간이 생겼다. 길이도 6m 가까이 길어졌다.



 이외에도 몸통은 ‘혼다’인데, 얼굴은 ‘벤틀리’스럽고, 엉덩이에는 ‘벤츠’ 램프가 붙는 식의 ‘짬뽕’ 짝퉁차로 진화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전 세계 자동차에 세차게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도 짝퉁차를 비켜가지 않았다. 생긴 것은 분명 1990년대 차를 닮았는데 후면부에 ‘EV(Electronic Vehicle, 전기차)’라는 엠블럼이 붙어 있었다. 측면과 전면에도 EV 스티커가 붙은 걸로 봐서 전기차처럼 보이기는 했다. 그런데 문짝이나 트렁크는 물론, 보닛과 연료주입구까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래서 유리창 사이로 들여다봤더니 일반 내연기관(가솔린·디젤)차량에서 사용하는 변속기가 보였다. 바닥에서 밑면을 봤더니 또 내연기관 차량에나 달려 있는 각종 파이프와 주물 덩어리가 보였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짝퉁차를 양산하는 것을 두고 고대 의적(義賊) 문화 혹은 소유권 자체가 희박했던 사회주의식 관념을 이유로 든다. 중국에서는 지적재산권 자체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이것을 훔쳐 베끼는 것이 오히려 중국식 기개(氣槪)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모터쇼 현장에서는 사뭇 다른 얘기가 들린다. 자동차는 제품 자체가 노하우의 집약체이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신생 회사들은 ‘베끼면서 배우는’ 시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자동차 회사들도 그렇게 성장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 등의 자동차 회사는 합법적으로 베끼거나, 안 들키게 베끼는 방법을 택했다. 반면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무작정 베끼고, 빤히 보이게 베끼는 것이 차이점인 것 같다.



상하이=장진택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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