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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생산 원가 줄인다더니…자외선 차단 유리 도 슬쩍 없애

중앙일보 2011.04.28 00:01 경제 11면 지면보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앞뒤 디자인이나 일부 성능을 바꾼 부분 변경 또는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기능을 빼는 등 지나친 원가절감을 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새로운 기능 추가만 광고를 하면서 가격까지 올리고 있다. 이런 사실은 해당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에 의해 5, 6개월 이후에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려지는 데 그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새 모델 출시 때 있던 기능 줄여

 이처럼 원가 절감을 통해 기능 삭제가 심각한 차량은 내수시장에서 독점을 하거나 인기를 끄는 모델이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없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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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것이 3열 에어백을 빼고도 장착했다는 허위광고를 해온 기아 카니발이다. 국내 유일의 9, 11인승 레저차량(RV)인 카니발은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데다 넉넉한 실내공간과 다양한 좌석 배열로 꾸준히 팔리는 인기 모델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초 신형 디젤엔진(2.2L R엔진)을 단 카니발R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됐다. 이 차는 최고출력 197마력, 토크 44.5kg·m로 기존 모델 대비 각각 3%와 22% 향상됐다. 또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연비도 기존 모델보다 22% 향상된 12.8km/L로 좋아졌다. 이런 성능 향상을 이유로 가격은 100만원 이상 올렸다. 문제는 기존 모델에 들어간 편의장치를 빼고도 공지하지 않은 데 있다.



 대표적인 게 보닛 아래 소음을 차단하는 흡음재를 뺀 것이다. 기존 흡음재를 달았던 구멍을 그대로 둔 채 원가 2만원 정도의 스펀지 소재의 흡음재를 삭제했다.



 또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이 들어간 전면 유리도 저렴한 일반 유리로 대체했다. 운전석 및 조수석 시트에 달린 열선도 온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던 것에서 온도 조절기능 없는 온-오프 스위치로 변경했다. 이런 식으로 싼 부품을 쓰면서 기아차는 대당 최소 50만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이 차를 구입해 6개월 운행한 소비자가 내부 편의장치를 점검하다 3열 에어백이 달리지 않은 것을 소비자원에 고발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기아차는 카니발 카탈로그에는 기존 차량과 마찬가지로 ‘3열 에어백을 장착했다’고 표시해 판매했었다. 이렇게 판매된 차량은 3000대가 넘는다. 현재 카니발 동호회 회원들은 기아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있다.



 기아차 국내상품실 관계자는 “신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연구소와 상품실 사이에 실수가 있어 3열 에어백 광고가 그대로 들어갔다”“이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3열 에어백 원가인 65만원을 보상해 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미국의 경우 이처럼 허위광고로 판매한 뒤 3열 에어백이 없어 사망사고가 났을 경우 제조물책임(PL)법에 따라 수천억원의 소비자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카니발 동호회 관계자는 “기아차는 지난해 신형 카니발을 내놓으면서 성능 향상만 광고했지 기존 기능을 삭제한 것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이런 문제는 카니발이 국내 시장을 독점해 경쟁자가 없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 ‘더 스타일 싼타페’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2009년 하반기 신형 싼타페를 내놓으면서 후면 4개의 브레이크등 가운데 2개는 형태만 남겨두고 안에 달린 전구를 뺐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이 기존 4개에서 2개만 들어오게 된 것이다. 또 트렁크에 짐을 실을 때 흠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달았던 플라스틱 깔판도 없앴다. 더구나 플라스틱 라디에이터 그릴의 소재를 강성이 약한 저가품으로 교체했다. 싼타페 동호회 관계자는 “그릴 플라스틱의 강성이 약해 병렬 주차를 한 뒤 차량을 밀어 움직일 때 그릴이 깨지는 경우가 잦다”며 “현대차가 임의적으로 부품 재질을 바꾸거나 부품을 빼더라도 해당 기능에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이남석(경영) 교수는 “자동차 업체들이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원가 절감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이처럼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소비자들의 민원이나, 심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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