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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보다 회사를 봐야 … 펀드 기대 수익 연 9% 적당”

중앙일보 2011.04.28 00: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지만 펀드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주가가 오를수록 주식형 펀드 환매 물량은 늘어만 간다. 올 들어 5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선임기자가 만난 시장 고수]
펀드 환매 속에도 자금 꾸준히 모으는 차승훈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 대표

 그러나 투자 자금을 꾸준히 빨아들이는 펀드도 있다.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가 굴리는 ‘JP모간코리아 트러스트 펀드’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 6300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 말 3000억원이었던 펀드 규모가 4개월 새 1조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자문형 랩 돌풍에 앞서 펀드 시장의 최전선을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누가 뭐래도 높은 수익 덕분이다. 이 펀드는 올 들어 4월 27일까지 17.4%의 수익을 올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7.6%)을 9.8%포인트나 앞섰다. 설정일(2007년 6월) 이후로는 76.8%의 수익을 내 역시 코스피지수(26.1%)를 압도했다.













차승훈(49·사진)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 대표를 만나 성공 투자의 비결을 들어봤다. 차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초우량 기업들에 투자한 뒤 진득하게 기다린 결과”라며 “코스피지수를 잣대로 삼아서는 돈을 벌기 힘든 시장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JP모간자산운용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고수익을 내고 있는 게 놀랍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나름의 투자 철학을 견지한 덕분이다. 4년 전 자산운용업 인가를 받아 국내 펀드를 첫 출시하면서 차별화된 투자 컨셉트를 고민했다. 펀드매니저들과 토의한 결과는 한국을 대표하는 초우량 기업, 미래지향적 투자를 통해 신사업을 계속 개척하는 대기업을 30개 정도로 압축해 장기 투자하기로 했다. 고진감래였는지, 글로벌 금융위기 때 큰 시련도 겪었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버틴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



 -요즘 자문형 랩 투자 열풍에 편승한 압축형 펀드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미리 예상한 것이었나.



 “그렇지 않다. 우연의 일치다. 사실 우리의 펀드 운용 내용은 다른 압축형 펀드들과 다르다고 본다. 우리는 3~5년을 보유할 요량으로 종목을 선정한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국내 펀드는 ‘코리아 트러스트’ 단 하나만 굴리고 있다. 규모가 1조원을 넘었으니 운용에 제약도 따를 법한데, 펀드를 추가로 내놓을 생각은 없나.



 “하나로 충분하다. 선량한 자산 관리자의 소임(Fiduciary duty)을 다해 ‘고객의 투자가 존경받는 방식’을 우리는 추구한다. 30개 안팎의 종목만 끌고가기 때문에 펀드 규모가 커져도 큰 무리가 없다. 일단 3조원까지는 불려 볼 생각이다.”











 차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통계학을 공부한 뒤 WI카와 자딘플레밍 등 외국계 증권사에서 주식·선물 트레이더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종목을 선정할 때 JP모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나 산업 트렌드에 대한 JP모간의 뷰를 바탕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한국 기업을 찾아나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매도가 일시적 현상이며 결국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던 것도 JP모건 글로벌 네트워크의 힘이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가 2200을 넘어 질주하고 있다. 자동차와 화학 쪽 종목들은 과열을 걱정하는 소리도 크다.



 “그렇지 않아도 펀드매니저들과 연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이미 9분기 연속 상승 흐름이다.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같으면 당연히 주식 비중을 줄이고 쉬어가야 할 국면이다. 더구나 대공황 이후 최고 위기를 겪은 상황이 아닌가. 아직도 글로벌 경제가 정상화됐다고 보긴 힘들다. 딱 맞는 설명은 하나뿐이라고 본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10%대의 성장을 계속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을 떠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은 지금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최고 수혜를 보고 있고, 이게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피지수가 얼마까지 오른다는 얘긴가.



 “그건 나도 모른다. 우린 코스피지수를 보지 않고 투자한다. 종목만 본다. 분명한 것은 경쟁력을 키워 이익 창출 규모가 놀랍게 커지는 기업이 계속 나올 것이란 사실이다. 조선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과거의 배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에너지 시추와 수송, 저장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화학업체도 마찬가지다. 단순 화학제품을 넘어 전기·전자부품에 들어가는 소재업체로 크고 있다. 물론 이들 업종 안에서도 기업별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업종만 보고 따라갔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종목 선정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이유다.”



 -자동차 업종은 어떤가.



 “현대차 그룹이 관심인데, 사실 지금의 상황은 더할나위없이 좋다. 제품의 질을 계속 개선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더 높여나갈 것이란 사실을 의심하기 힘들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가 너무 커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계열 3사의 주식 시가총액이 130조원을 넘어 삼성전자를 앞섰다. 현대차 계열사들이 더 큰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기까지는 성장통을 몇 차례 겪어야 할 것으로 본다.”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를 얘기했는데, 주식이나 펀드에 새로 돈을 넣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기대수익률을 연 9~10%로 낮춰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아울러 좋은 기업에 장기 투자해야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란 믿음도 중요하다.”



 -정부가 한국형 헤지펀드가 나오도록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발표했는데.











 “모두들 헤지펀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헤지펀드는 대박을 내는 펀드가 아니다. 롱-숏(매입-매도) 연계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게 우선인데 한국에는 그럴 만한 기초자산이 별로 없다. JP모간은 헤지펀드 운용의 글로벌 강자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연 8~9% 수익을 내기도 힘겹다. 가야 할 방향이지만 지나친 기대는 좌절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글=김광기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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