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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치인 윤리의식 왜 이토록 다른가

중앙일보 2011.04.24 20:11 종합 34면 지면보기
한국과 미국의 정치인들의 윤리 의식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미 상원 윤리위원회는 최근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공화당 중진 존 엔자인 상원의원(네바다주)에 대한 혼외정사 및 선거법 위반 혐의 조사를 끝까지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엔자인 의원이 지난 21일 윤리위 조사를 종결시켜 달라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직후였다. 민주당 소속 윤리위원장과 공화당 소속 윤리위원회 간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는 “엔자인은 적절한 결정을 했다. 그러나 윤리위는 지난 22개월간 성실히 조사를 해왔고 앞으로도 조사를 계속해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직 사퇴에도 불구하고 윤리위가 조사를 계속하는 것은 미 정치사에서도 드문 경우라고 한다.



 같은 날 한국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심사소위는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무소속)에 대한 징계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이에 앞서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지난 13일 윤리특별위원회에 ‘의원직 제명’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법은 윤리특별위원회가 자문위의 의견을 존중해 징계 수위를 결정한 뒤 본 회의에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심사소위는 강 의원 제명을 의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아예 동료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는 방법으로 징계 결정을 무산시킨 것이다. 징계소위가 무산된 뒤 손범규 징계소위 위원장은 “아무래도 제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고 소위에 참석한 의원들도 상당수가 “의원직 제명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원은 동료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자신에 대한 조사를 종결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한국 국회는 자문위의 ‘제명’ 의견이 나오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의원들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뭉쳤다. ‘추상 같은 자기통제’의 새 역사를 쓴 미 의회와 ‘제 식구 감싸기’ 구태(舊態)를 벗지 못하는 한국 국회. 한두 번 일이 아니지만 크나큰 자괴감을 안겨주는 장면이다. 언제까지 이런 한탄을 거듭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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