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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억원 없어 완공 지연, 외국에 밀릴 판”

중앙선데이 2011.04.24 04:06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경주 양성자 가속기 사업단 최병호 단장

“내년 3월까지 완공되려면 예산 500억원이 당장 필요한데 현재로선 234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1년 미뤄지고 그러면 다른 나라들에 추격당할 수도 있는데….”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의 최병호 단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까지 올라갔지만 예산 확보가 안 됐다. 가장 어려운 당면과제”라고 한숨을 쉰다.



21세기는 거시가 아닌 미시의 시대다. 원자 수준의 이해가 필수다. 원자를 구성하는 양성자·중성자를 알아야 원자를 다룰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대형 양성자 가속기가 필수다. 한국 정부도 그걸 알고 지원하지만 담당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은 안 돼 답답하다.









양성자 가속기의 부품들. 가운데 검은 것은 프랑스에서 제조한 전파발생장치 클라이스트론이다







-양성자 가속기가 필수 장비가 되는 이유는.

“철기시대가 시작될 때 청동기가 전부인 줄 알았던 이들은 정복당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철기라는 신소재로 시대가 바뀐 것이다. 21세기에도 신소재 전쟁은 진행 중이다. 그 전쟁의 최첨단에 양성자 가속기가 있다. 우리도 신소재 경쟁에서 1등을 목표로 살아남을 것이냐 도태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사업단의 목표는 무엇인가.

“양성자 가속기로 국내 기업의 기술 개발과 국내 학계의 연구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게 미래의 주요 과제다. 이미 국내 기업들이 사업단에서 함께 연구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양성자 가속기 활용 분야의 사례를 들어 달라.

“다이아몬드에 색을 입혀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 사업단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다이아몬드에 양성자 빔을 쪼여 ‘블랙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냈다. 2008년엔 배추씨에 양성자 빔을 쏘여 더위에 강한 우량 품종을 개발했다. 이런 식으로 70종이 넘는 더위와 추위에 강한 신품종이 개발됐다. 이런 방식으로 등장한 전 세계의 3000여 종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과는 다르다. GMO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끊어 내고 식물에 미생물 유전자를 집어넣어 만든다. 양성자 빔은 지구 탄생 때부터 우주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해 온 방사선을 사용해 효과를 단기간에 보는 것이다. 양성자 빔으로 연금술도 실현해 냈다. 글렌 시보그라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는 원소기호 82인 납에 양성자 빔을 쏘여 원소기호 79인 금으로 바꿔 냈다. 다만 그 과정에서 X선 감마선이 나와 연금술의 꿈은 본격화되지 못했다.”



-현재 우리의 양성자 가속기 제작 기술 수준은 어떤가.

“사업단은 8년간의 연구 끝에 올 1월 산·학·연 21개 기관과 협력해 대용량 선형 양성자 가속기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최근엔 중국·프랑스·스페인·인도 등이 조언을 구해 왔다. 가속기가 없던 시절 미국 등에 부탁해 양성자 빔을 쓰던 시절과 비교하면 의미가 큰 성과다.”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이미 선진국들은 이 분야에 대한 절박성을 감지하고 움직이고 있다. 소재가 바뀔 때마다 역사가 바뀌지 않았나. 우리도 이 절박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결국 우린 영영 1등은커녕 중국·인도에 곧 추월당할 수도 있다. 중국은 2015년 자국 양성자 가속기 완공 개발계획을 세워놨다. 우리도 내년 3월까지 반드시 예산을 확보해 완공을 해내야 한다.”



경주=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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