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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회장님’ 거론, 소설 같은 기사 쏟아내

중앙선데이 2011.04.2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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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사이비 인터넷 언론에 시달리는 기업들







인터넷신문들은 커 가는 규모와 위상에 맞춰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0여 개 주요 인터넷신문이 가입한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지난달 23일 ‘인터넷신문 윤리강령 선포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인터넷신문은 여전히 악의적인 기사를 앞세워 기업에 광고나 협찬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보기술(IT) 분야 대기업 홍보실에 인터넷매체 A사의 출입기자가 찾아왔다. 그는 “연말 실적을 맞추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해 홍보예산을 모두 쓴 상태라 방법이 없었다. 며칠 뒤 포털의 뉴스 속보에 느닷없이 이 기업 회장 일가를 거론한 기사가 떴다. 형제들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미 오래전에 있었던 회장의 일까지 다시 끄집어내 거론한 것이다. A사가 공급한 기사였다. “갑자기 이런 걸 왜 쓰느냐”고 항의하자 담당 기자는 “회사 차원에서 하는 거라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변명했다. 부정적인 기사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결국 이 기업은 연말에 광고를 먼저 집행하고 대금은 올 1월에 결제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최근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의 두 번째 리스트가 공개되자 리스트에 오너(owner)의 이름이 언급된 거의 모든 기업체의 홍보실은 사이비 인터넷매체들로부터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전화를 걸어 ‘당신네 회장이 한 건 했더라’며 협찬을 요구하더군요.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소설 같은 기사를 마구 써대는데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포털 측에 잘못된 기사이니 빼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간이 걸린다며 미적거리며 놔두더군요. 포털이 더 미웠습니다. 이런 거 대응하느라 일을 못할 지경입니다.” 대기업 홍보실 간부 B씨의 하소연이다.



올 초 상장한 중견기업 재무담당 임원 C씨는 한동안 사무실 출근도 못 했다. 상장 소식이 알려지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인터넷매체들이 잇따라 전화를 걸거나 찾아와 노골적으로 지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장하면 주가도 관리해야 하고 오너 홍보도 해야 할 테니 미리미리 광고도 하고 협찬도 좀 해 달라”고 압박했다. 기업 간 거래에 치중하는 이 기업의 특성상 ‘달리 홍보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C씨는 하는 수없이 사무실을 피해 상장을 대행하는 증권사로 출근해 업무를 보면서 인터넷매체들과 접촉을 피했다. 그는 “아무래도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몰라 약간씩이나마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인터넷 언론매체의 이런 일탈행위는 왜 그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난립을 꼽는다.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올 4월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업체만 2400여 개인 데다 해마다 수백 개씩 증가하고 있다. 집에 컴퓨터 몇 대 놓고 한두 명이 여러 개 가명을 써 가며 만드는 매체까지 있다는 게 기업들 주장이다. 전경련이 지난해 10월 대기업 42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84%가 “인터넷 언론사의 숫자가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난립한 매체들은 스스로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 기사를 써 봐야 무명 매체라 사이트 방문객도 거의 없으니 광고가 붙을 리 없다. 유일한 활로는 포털이다. 일단 포털에 기사만 올릴 수 있게 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많은 사람이 기사를 접하게 되고, 기업들도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들 매체는 포털에서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생산한다.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기업들의 소극적 대응도 일탈을 방조한다. 대부분의 사이비 인터넷매체는 기업 오너를 겨냥한다. 그래야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 홍보실에선 엉터리 기사란 걸 알면서도 소송을 걸거나 문제를 제기하길 꺼린다. 정공법을 써 봐야 오너를 건드리는 기사로 보복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타협하기 일쑤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 경영은 물론 오너 일가 주변도 보다 투명해지는 게 사이비 매체의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대로 단속이 안 되는 것도 일탈을 부추긴다. 정부는 자칫하면 언론 탄압이란 비판이 터져나올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광고주협회가 올 3월 사이비언론신고센터를 개설한 것은 자구 노력의 측면이 강하다. 개별 기업은 겁이 나서 대응을 피하고, 정부도 미온적이니 집단 대응으로 사이비 인터넷매체들의 횡포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다.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의 이정근 겸임교수는 “인터넷매체들이 근거 없는 비판기사를 쏟아 내는 등 인터넷으로 인한 부정적 측면들이 급증하면 제대로 된 열린 온라인문화를 이뤄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갑생·이현택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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