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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용기 목사의 용기와 부활절 정신

중앙선데이 2011.04.24 01:13 215호 2면 지면보기
부활절 아침이다. 부활절은 기독교인들에게 최고의 축제다.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그렇게 영광스러운 부활을 맞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부활의 영광을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부활절 앞의 한 주를 고난주간으로 정하고, 자신의 죄와 부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고난주간의 정점인 성 금요일(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 새벽, 조용기 목사가 무릎을 꿇었다. 조 목사는 신도 46만 명의 세계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끌어 왔고, 현재 원로목사로 있다. 그는 최근 교회와 관련 법인 운영을 둘러싼 가족 갈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조 목사는 “우리 교회에 저로 말미암아 많은 시련과 고난과 환난이 생겨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자복합니다”며 사죄의 큰절을 했다. 그는 “저의 할 일은 다 끝났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이영훈 목사님에게 다 맡겼습니다”며 이영훈 담임목사에게 힘을 실어 줬다. 교회의 모든 직분에서 물러날 의사도 분명히 밝혔다.

개신교계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조 목사의 참회와 은퇴 선언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는 문제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고, 모든 영향력을 내려놓음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최근 대형 교회에서 잇따라 벌어진 아름답지 못한 일들이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는 목사끼리 주먹다짐을 하고 급기야 소송까지 갔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의 무릎을 꿇린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회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 속에 법원으로부터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개신교뿐만이 아니다. 불교도, 가톨릭도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조계종이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부·여당 관계자의 사찰 출입까지 막는 걸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긴 쉽지 않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도 종교인이라기보다는 정치인처럼 보이는 행보를 적지 않게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계 내부에서 세속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반갑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11년 부활절 메시지에서 “예수 부활은 한국교회를 향해 자성과 성찰, 회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기독교인들은 부활절 아침에 달걀을 선물하고 나눠 먹는다. 달걀이 병아리가 되듯 예수 부활을 통해 존재의 본질적인 변화, 즉 거듭남(다시 태어남)을 누리자는 뜻이다. 예수는 “너희가 거듭나지 아니하면 결단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이 시대 기독교인들이 새삼 새겨들어야 할 부활절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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