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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걸핏하면 협박당한다” 포털 “불리하면 빼라는 거냐”

중앙선데이 2011.04.24 01:11 215호 1면 지면보기
대한항공은 최근 인터넷매체인 P경제와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P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사흘에 한 번꼴로 사실과 다른 악의적 보도를 30여 차례나 내보냈고 포털들은 해당 기사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집중분석 인터넷 매체 2400개 난립 시대의 명암

대한항공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10월 A380 비행기 구입 홍보차 외국 현지공장에 견학 갈 때 P경제 기자도 동행했다. 현장에서는 A380이 훌륭한 비행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데 협찬금이 줄어들자 정반대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확인해보니 P경제는 실제로 ‘대한항공 회장의 선견지명’ ‘대한항공, 명품 항공사 진면목 개봉박두’ 등 A380을 찬양하는 기사를 4건 썼다. 그러나 12월부터는 ‘판단 미스’ ‘치명적 실수’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A380 도입을 잘못했다는 기사를 냈다. ‘대한항공, 입사하고 싶지만 오래 못 다닐 회사?’라는 심층진단과 ‘대한항공 담합중독 도무지 끊기 힘든가?’라는 기자수첩 등 노골적 비난 기사도 있었다. 이런 기사들은 포털에 올라갔고, 자극적 제목이어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물론 언론사는 특정 기업이나 제품을 비판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합리적이고 객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냐, 아니면 일종의 보복이냐다.

대한항공은 P경제 측에 기사 삭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협찬금이 지난해의 절반밖에 안 돼 담당 부장이 섭섭해하고 부정적 기사를 준비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게 대한항공 주장이다.

그러나 P경제 편집국 담당 부장은 “대한항공이 그동안 불리한 기사는 무조건 내려달라고 심하게 간섭해왔다”며 “우리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비판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홍보성 기사도 많이 썼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대한항공이 우리를 광고와 협찬을 안 주면 비판하는 문제 집단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과 P경제 사이의 진실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기업들은 일부 인터넷 언론매체에 대해 아우성이다.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광고주협회는 지난달 ‘사이비언론고발센터’를 열었다. 개별 기업들이 보복이 두려워 대응을 못하니 광고주협회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국내 대기업 광고·홍보담당자 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일부 인터넷 업체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64%였다.

인터넷매체에 대한 언론중재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총 2205건의 조정청구건 중 포털 841건(38.1%), 인터넷 신문 567건(25.7%) 등 인터넷매체가 전체의 63.8%를 차지했다. 중재의 경우 지난해 청구된 총 77건 중 포털이 54건, 인터넷 신문이 12건이었다. 올 4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인터넷 매체는 약 2400개다. 2년 전 1400개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늘었다.

기업들은 포털에 더 큰 불만을 표시한다. 군소 인터넷매체의 횡포는 포털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털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극적이고 감정적 표현이 담긴 기사들을 마구잡이로 올린다는 주장이다. 포털 측 주장은 다르다. 네이버 원윤식 홍보팀장은 “기사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매체가 갖는다”며 “포털이 할 수 있는 건 언론 중재위가 내린 결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광고 강매나 협찬 강권 등 문제 매체임이 명확하고 제휴 규정을 여러 번 어기면 내부 논의를 거쳐 제휴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포털 측은 또 “기업이 원하는 대로 기사를 삭제하면 비판적인 기사는 살아남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심재웅(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기업활동과 언론자유는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인데 그 두 명제가 충돌하고 있다”며 “인터넷매체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옥석을 가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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