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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의 절반 이상 담보대출 갚는 데 쓰는 가구

중앙선데이 2011.04.24 00:10 215호 24면 지면보기
워킹푸어(working poor)란 말이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인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은 얼핏 보기엔 중산층 같지만, 특별한 기술이나 모아놓은 저축이 없어 큰 병이 나거나 일자리를 잃을 경우 언제라도 극빈층으로 추락할 수 있는 경계지대에 서 있다. 워킹푸어로 떨어지면 구조적으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청년실업 증가와 소득 양극화로 해마다 워킹푸어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7.5%인 340만 명이 워킹푸어 가정에 해당된다.

알기 쉬운 경제용어 하우스푸어(house poor)

요새 국내에선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르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집 없는 서민’이란 말은 있어도 ‘집 있는 가난뱅이’라는 말은 없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 놓기만 하면 집값 상승으로 어렵지 않게 빚을 갚아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고비로 상황이 바뀌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대출금 상환과 이자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경우가 생겼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이자 갚는 데 쓰는 하우스푸어가 198만 가구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인 95만 가구는 수도권에 거주한다.

지난달 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29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가운데 90% 이상이 변동금리 방식이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은 매월 1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더 큰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이자만 갚고 있는 대출이 지난해 기준으로 84%에 달한다는 점이다. 보통 거치기간이 3년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기를 전후해 받은 대출을 본격적으로 상환할 때가 됐다.

최근 한 방송사가 집주인 700명을 조사한 결과 43%가 자신이 하우스푸어라고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가급적 빨리, 또는 1년 안에 집을 팔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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