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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투자의 제1원칙, ‘바가지’를 조심하라

중앙선데이 2011.04.24 00:05 215호 24면 지면보기
초특급 공모주 청약이 임박했다. 다음 달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하는 세계 최대 원자재업체인 스위스의 글렌코어인터내셔널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600억 달러(약 65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른바 ‘대마(大馬) 중의 대마’다. 다른 기업공개(IPO)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팔겠다는 시점에 이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은 잘하는 일일까.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내 대답은 ‘아니요’이다. 글렌코어는 본질적으로 광물자원 개발업체라기보다는 원자재를 매매하는 기업이다. 월가의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투자자문사 등과 공통점이 많다. 월가에서 훌륭한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사고파는 타이밍을 정확히 찾아내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글렌코어의 기존 주주들도 어수룩한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떠넘길 절호의 타이밍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글렌코어는 가만히 있어도 투자하고 싶어지는 기업이긴 하다. 우선 광물자원 업체에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호주 광산업체인 엑스트라타의 최대 주주다. 보유지분의 가치는 240억 달러나 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가치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다. 글렌코어 같은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주가의 비교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원자재값 전망도 따져 봐야 한다. 골드먼삭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원자재 관련주의 투자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향후 3~6개월 정도 원유·금·구리 등의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기름값과 금값은 최근 몇 달 동안 크게 올랐다. 만일 중국이나 다른 주요 신흥국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신호가 나타난다면 원자재값은 급락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재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신흥국의 생활 수준이 선진국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소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5년 뒤에는 공산품 생산이 엄청나게 늘어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매매 타이밍이다. 투자의 성패는 남보다 한 발 앞서 가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있다. 골드먼삭스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가 훌륭한 투자은행이란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1999년 5월 공모주 청약에서 이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1월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당연히 큰 손해를 봤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블랙스톤그룹은 2007년 기업공개에서 주당 31달러를 받았으나 최근엔 19달러 이하에서 거래된다.
글렌코어처럼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할 때는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첫째, 내부자들이 매매 타이밍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임원들이 일정 기간 보유 주식을 팔지 못하는 보호예수제도가 있긴 하다.

글렌코어의 최고경영자(CEO)인 이반 글라선버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5년 뒤에나 주식을 팔 것이다. 그러니 5년 뒤의 시장 전망에 대해 얘기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들의 핏속에는 최대한 비싼 값에 이익을 실현하려는 본능이 있다.

둘째는 핵심 직원들이 회사를 옮기는 위험이다. 스타급 펀드매니저라면 상장회사보다 비상장사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성과에 대한 보너스도 많고 각종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렌코어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더 기다렸다가 주가가 떨어진 다음에 사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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