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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간부가격표'충격…매관매직 종결판

중앙일보 2011.04.23 13:26








북한에 간부가격표가 등장했다. 간부에 임용되려면 등급에 따라 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급수는 3단계다. 창홍급·하이얼급·도요타급이다.



도요타급이 가장 비싸다. 도요타 중고차 가격에 해당하는 인민폐 6000원(250만원) 이상이 든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도요타급에 속하는 직책은 도당이나 무역기관의 간부들이다. 중국 가전제품 이름인 하이얼급은 시당 지도원과 같은 중간 급으로 하이얼 냉장고 가격인 인민폐 3000원(125만원) 정도다. 인민위원회, 농촌경영위원회, 국토관리부 지도원 같은 하급직원을 지칭하는 '창홍(중국TV브랜드 이름)급'도 창홍 가격인 인민폐 1000원(42만원) 정도 한다.



이쯤되면 매관매직의 종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대학생과 도 간부의 증언을 인용해 이런 내용을 22일 전했다.



서해안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제대해 청진 모대학에 입학한 강철민(28·가명)씨는 졸업반 친구를 따라 대학 선배의 집을 찾았다가 크게 좌절했다. 이 선배는 간부사업 줄씨(연줄)가 있다는 사람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6년이 된 그는 힘없는 환경미화부분 노동자로 등록돼 있었다. 그런데 씀씀이는 말그대로 '펑펑'이었다.



이 선배는 대학졸업생을 상대로 간부직을 사고파는 '간부사업'을 중개하는 거간꾼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그는 강씨에게 창홍급·하이얼급·도요타급의 간부가격표를 내놨다. 강씨는 "간부가격표를 보고 충격이었다. 부모의 등만 믿고 출세하던 시대도 지났다.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돈이 받쳐주지 않으면 자식의 장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소식통은 "가격표까지는 모르겠고, 도당 지도원이나 무역기관 간부를 하려면 적어도 200만원 이상 든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군인 대학생은 새로 간부계에 자리를 잡으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런 간부사업은 도당이나 시당 간부 또는 조직지도부에 인맥이 있는 사람들이 대행한다고 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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