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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고교 필수과목 됐다] 부활하는 한국사 교육

중앙일보 2011.04.23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내년에 고교생이 되는 현 중3이 한국사를 고교 3년간 필수(85시간)로 배우게 되면서 역사 교육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 지난해까지 고교 1학년 때 필수과목이었던 한국사는 올해부터 ‘2009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고교 3년간 한국사를 전혀 배우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사 교육이 실종 위기로 몰리는 사이 일본의 역사교과서 논란과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의 동북공정 등 주변 국가의 역사 왜곡이 이어졌다.


2009년 12월 17일 한국사 선택과목 전락
→ 2011년 1월 10일 “한국사, 필수과목으로 하자” 본지 기획기사 → 4월 22일 한국사 필수 과목 부활
글로벌 지적 경쟁력 높이는 국사 교과서 만들 계기…“성공한 대한민국 가르치고 자학사관 퇴출시켜야”

 올 1월 중앙일보가 ‘한국사,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어젠다를 제시한 이후 정부의 대응을 눈여겨볼 만하다. 어젠다 제시 직후인 1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각종 시험(공무원 시험 등)에 한국사 의무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지시했다. ‘한국사 실종’에서 ‘한국사 부활’로 전환되는 계기였다.



 ‘한국사 필수’ 결정은 글로벌 시대의 지적 경쟁력이 국사 교육과 배치되는 일이 아님을 새삼 확인하는 것이다. 정옥자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국사를 모르고 내 역사에 대한 자부심 없이 어떻게 한국인으로서 세계화의 거센 파도를 헤쳐갈 수 있는가. 세계무대에 나가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활동할 수 있는 힘의 근원도 우리 역사를 아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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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은 중·고교 과정에서 역사 과목을 필수로 가르친다. 중국은 역사를 독립 교과로 분류해 주당 3~4.5시간씩 매 학년 필수로 운영한다. 미국 뉴욕주도 고교 졸업 필수 학점으로 ‘미국사’를 요구하는 등 자국의 역사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사를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일본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부분 필수 과정으로 일본사를 선택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도 자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중시하는 것이다.



 한국사가 고교 필수로 다시 부활하면서 교육 방식도 개선될 전망이다. 암기식 역사 교육을 현장체험 식으로 전환해 학습의 즐거움을 살린다는 구상이다. 우선 내년부터 초·중·고 교과서는 연대기적 서술 방식을 탈피해 학생 수준에 맞게 내용 구성이 달라진다. 박물관과 유적지 탐방 등 체험학습이 많아지고 지역 박물관과 연계해 ‘찾아가는 박물관’, 대학과 함께하는 ‘역사 강좌’ 등이 운영된다.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교과서는 나열 위주로 돼 있어 전공 학자가 봐도 읽기 어려운 정도”라며 “단편적 사실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역사적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고, 학생들이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대입 정책의 변화도 예상된다. 고교 사회교과군(群) 중 유일한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는 한국사가 논술이나 면접 등의 형태로 강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서울대만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2일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하면 수험생 부담이 늘어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오성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전형지원실장은 “서울대처럼 직접 국사를 반영하지는 않더라도 논술에 역사 지문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입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학 자율에 맡기되 역사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고 제안했다.



 국사 교과서의 이념 편향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주호 장관은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 요소를 강화한 교과서를 만들겠다”며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사실의 정확성을 높이도록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학적 역사관이 교과서의 중심적 흐름을 차지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기 역사를 폄훼하고 비하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 역사의 긍지, 국가의 정통성을 훼손하지 않는 역사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만·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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