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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1m ‘레이저포’ 쏴 해적들 순간 눈멀게

중앙일보 2011.04.23 01:27 종합 8면 지면보기



한진텐진호 구한 ‘시타델’… 조선업계, 해적 퇴치 첨단장치 개발 경쟁









인도양에서 기승을 부리는 해적 때문에 발전한 기술과 설비가 있다. 해적의 습격으로부터 선원들을 보호하는 각종 안전설비다. 21일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진텐진호를 공격했을 때 선원들이 대피한 ‘긴급피난처(시타델·Citadel·요새)’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부근 선박의 움직임을 추적해 해적선으로 의심되는 배를 가려내는 지능형 시스템 등 각종 해적 방비 시스템이 개발돼 있다.



 한진텐진호에서 선원들이 대피했던 시타델은 갑판 아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위치는 배마다 다르다. 일정한 곳에 있으면 해적이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총 같은 개인 화기로는 뚫기 힘든 두꺼운 철벽을 갖고 있으며, 출입구도 이중 강철문으로 돼 있다. 정부는 해적에 의한 사고가 잇따르자 올 2월 선박안전법에 따른 고시(선박설비 기준)를 개정해 대형 선박 안에 반드시 시타델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미 만들어진 배는 정기수리 기간에 맞춰 시타델을 설치해야 한다. 설치비용은 2억~3억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전체를 철옹성으로 만드는 방식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요새형 선실. 갑판 위 선실을 연결하는 통로와 계단이 외부에 노출된 기존 선박과 달리 이동공간을 선체 내부로 집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아래층 출입구만 잠그면 해적들이 선실에 들어가기가 불가능해진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측의 설명이다.



 배 바깥 벽에 미끄러운 특수필름을 붙여 해적이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보통 해적들은 갈고리를 던져 밧줄을 타고 발로 배의 외벽을 디뎌 가며 오른다. 그래서 배 벽이 미끄러우면 선체가 높은 큰 배는 잘 오르지 못한다.



 최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대처법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고화질 야간 투시장비(나이트 비전)를 이용한 해적 추적 시스템을 개발했다. 반경 10㎞ 이내의 선박 속도나 이동 방향을 분석해 해적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자동 판별하는 기술이다. 해적선으로 추정되면 경보를 울린다. 김부경 삼성중공업 상무는 “문제 선박이 계속 접근하면 조타실에서 갑판에 설치된 물대포를 조종해 발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대포는 70m 떨어진 거리에서 사람이 맞으면 쓰러질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는 레이저 대포를 쏘는 방법도 나왔다. 영국의 보안업체 BAE시스템스가 만든 이 장치는 지름 1m의 밝은 초록색 광선을 해적에게 발사해 일시적으로 눈을 멀게 하고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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