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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리뷰/현문우답] 일상이 버겁나요 나를 비워보세요 기적이 일어납니다

중앙일보 2011.04.23 00:42 종합 20면 지면보기






힘겹고 버거운 일상이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소를 찾는다. 소는 멀리 있지 않다. 지지고 볶는 일상 속에 그 소가 있다. 사진은 『현문우답』에 수록된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의 작품 ‘소’다.













 현문우답

백성호 지음, 중앙북스

294쪽, 1만3000원




이 책의 저자는 오랜 세월 여러 가지 경서류(經書類) 주변을 기웃거렸고 또 많은 성직자를 만났다. 종교기자로서 객관적 위치에서 그간 보고들은 말의 화려한 잔치를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런 역할에 식상하게 된 듯하다. 앵무새 노릇이 더 이상 성에 차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스스로 일으킨 궁금증을 더 이상 해갈시킬 수도 없었으리라. 주저 없이 신문지상에 ‘현문우답(賢問愚答)’이란 코너를 만들었다. 용감하게 ‘자기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현문우답』은 기사와 칼럼, 그리고 개인적인 사색의 결과가 잘 버무려진 맛있는 비빔밥이다. 기사라기에는 이미 날이 너무 섰고, 칼럼이라기에는 펼치는 풍경이 너무 다채롭다. 그렇다고 수행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재밋거리를 구색 있게 갖추어 놓았다. 나름대로 독특한 신문 글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셈이다.



 그는 ‘진짜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안고 있다. 『현문우답』 에 이런 고민의 편린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특히 “종교는 뱀이다”라는 어떤 교역자의 도발적인 정의에 대해 퍽 공감하고 있다. 뱀을 잡을 때 머리를 잡지 못하고 허리나 꼬리를 쥐면 어찌 되나. 도리어 뱀에게 물리고 만다. 종교 역시 곁가지를 잘못 잡으면 도리어 물리고 만다는 말씀이다. 저자는 “우리는 과연 어디를 잡고 있나”라고 되묻는다.



 이 책은 ‘인생보다 일상이 더 버거운’ 우리에게 그 해법을 ‘공(空)의 논리’ 속에서 찾으라고 권하고 있다. 쉽게 말해 ‘비움과 창조’다.



『현문우답』의 문제풀이 제1법칙은 ‘응당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고 하는 틀이다. ‘깨어있음’이라는 것도 늘 머물지 않는 것(無住)이라고 해석했다. 머무는 순간 누구라도 ‘수구(守舊)’라는 화석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삶이라고 하는 것은 안주(安住)와 변화라는 두 마음 간의 긴장과 갈등이다.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순전히 각자의 몫이다.



 아이패드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는 몇 년 전 스탠퍼드 대학 졸업축사에서 “(변화를) 주시하라. 머물지 말라”고 힘주어 역설한 바 있다. 마음이란 마음먹은 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나를 비우는 일보다 더 큰 기적은 없다. 그렇게 비웠을 때 우리는 무한한 창조성을 쓸 수 있게 된다. 고정된 내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나(我)라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 안에 담긴 일상의 창조성을 쉼 없이 일깨운다.



 비움과 창조를 통해 우리가 행복해진다. 일상 속에 문제가 있고, 일상 속에 답이 있다. 문제 속에 이미 답이 있고, 답 속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 그걸 멀리서 찾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일상이 버거운’ 우리들 곁에서 담담하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버거운 일상’이 ‘창조적 일상’이 되게끔 말이다.



원철 스님(조계종 불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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