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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권과 표현의 자유 충돌 땐? 미국선 표현의 자유가 우선

중앙선데이 2011.04.23 00:38 215호 8면 지면보기
현대 미술의 악동 제프 쿤스는 2001년 당시 최고의 팝가수이던 마이클 잭슨과 그의 애완용 침팬지를 소재로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경매에 출품되자마자 무려 60억원 이상의 가격으로 팔렸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마이클 잭슨의 명성과 그의 유명한 애완동물인 침팬지 버블스 이야기를 일부러 이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정작 마이클 잭슨은 미리 알지 못했을 뿐더러 작가에게서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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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때 마이클 잭슨이 자기 모습과 이름을 작가가 마음대로 가져다 사용한 사실에 분개하여 작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면 그 사건은 아마도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한 중요한 소송이 되었을 것이다. 퍼블리시티권은 유명한 사람들이 자기 얼굴이나 이름, 특징과 같은 것을 돈벌이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 등지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의 권리로 인정되고 있다.
사람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꼭 좋은 쪽으로 유명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연쇄살인범이나 성추문의 장본인처럼 악당으로 유명해도 법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을 가질 수 있다. 또 유명하기만 하다면 살아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고인에게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다. 따라서 최근 작고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초상을 이용하여 광고를 하려면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유명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야 하며, 심지어 동물에게도 이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동물에게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다면 침팬지 버블스군은 그때 이미 유명했기 때문에 아마도 적지 않은 용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지난 월드컵 때 시합 결과를 맞혀 유명해진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을 그린 미술가는 문어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파울의 대리인에게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에게조차 퍼블리시티권을 아직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나라에 퍼블리시티권이 폭넓게 도입된다면 미술가들은 소재를 고를 때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유명하다는 것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많은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법원들은 퍼블리시티권과 미술 작품에서 표현의 자유가 서로 충돌하면 대체로 작품에서 표현의 자유가 우선한다고 본다. 그것은 아마도 대량생산되는 공업품과는 달리 미술 작품은 예술적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미술 작품에서 유명인의 얼굴이나 특징을 표현해도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보지 않기 때문에 세계적인 작가 앤디 워홀은 1960년대에 당대의 인기 스타 마릴린 먼로나 엘비스 프레슬리를 그린 작품들을 만들었어도 법적으로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대량생산되는 산업디자인이나 응용미술품들 역시 중요한 미술작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미술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특혜를 주는 법원의 입장이 점차 난처해지고 있다.
지금 세상에 당사자들 허락을 받지 않고 소녀시대의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 수 없듯이, 1960년대에 앤디 워홀이 먼로나 프레슬리의 얼굴을 담은 티셔츠를 대량 생산했다면 이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인정되었을지도 모른다.

앞에서 본 제프 쿤스의 작품에서 마이클 잭슨은 침팬지와 똑같이 하얀 얼굴로 황금색 옷을 입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이 작품은 마이클 잭슨에게 퍼블리시티권 침해라기보다는 명예훼손이 더 문제가 될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동물을 사랑했던 마이클 잭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설사 명예훼손이 문제가 되었다 하더라도 법정에서 작가는 예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였을 것이고 결국에는 작가가 승소했을 것이다.




김형진씨는 미국 변호사로 법무법인 정세에서 문화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미술법』『화엄경영전략』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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