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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깨어있는 일본 사학자 셋이 쓴 한·중·일 근대사

중앙일보 2011.04.23 00:35 종합 21면 지면보기








다시 보는 동아시아 근대사

미타니 히로시

나미키 요리히사

쓰키아시 다쓰히코 엮음

강진아 옮김, 까치

407쪽, 1만8000원




일본 역사학자 셋이 엮은 이 책 원저의 부제는 ‘어른을 위한 근현대사-19세기 편’이라고 돼 있다. 젊은이들이 배우는 애국주의 역사책과 다르다는 것이다. 역사를 배우게 하는 이유의 절반은 애국심 고취이겠지만, 그게 이웃나라와 분쟁을 낳는 원인이라면 기회에 바로 잡자는 시도다. 저자인 도쿄대 교수 셋은 이 책이 “일본에서 간행된 동아시아 전체를 망라한 첫 근·현대 지역사”라고 자부하는데, 확실히 일국사 중심주의에서 시원스레 벗어났다.



 일본·조선·청나라 역사를 3분의 1씩 기계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은 아니다. 다만 “상대방 관점을 이해하면서 대화를 이끌어가 보자”는 의도다. 근대화를 추구했던 세 나라는 19세기 동아시아 무대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꿈을 꿨고 그래서 갈등했을까? 일테면 조선에서는 일본·중국이 두려웠지만, 일본에게는 ‘러시아 공포’가 컸다. 도쿠가와 가문의 가신(家臣)인 후지타 오코쿠 등이 품고 있던 서양에 대한 위기인식 묘사는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이다.



 미국의 태평양 진출을 19세기 일본의 최대 외부 환경변화로 부각시키는 것도 전에 보지 못했던 대목이라 신선하다. 책 마무리는 청일전쟁. 이 전쟁을 치르며 일본사회에 비로소 근대적 민족주의가 형성됐고, 조선도 명분상 독립을 했다. 근대 이전 동아시아의 종주국 중국도 새 국제 질서에 적응해야만 했다. 결국 『다시 보는 동아시아 근대사』는 문제의식과 시야가 다를 경우 역사의 풍경도 사뭇 달라진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신개념 역사책이다.



 자기나라 역사만을 외곬으로 익히다 보니 빈칸으로 남아있던 ‘지역사’를 개척한 공로도 인정된다. 서술이 유기적이어서 각 꼭지별 별 글이 서로 서걱거리지 않는다. 5년간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기 때문이리라. 아무래도 일본사 쪽에 치우친 느낌이지만, 참아줄 만하다. 그게 좀 아쉽다면 국내학자 저술 중 일국사에서 벗어난 이삼성의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2권(한길사)을 추천한다. 국제정치학자가 쓴 이 책은 좁은 애국주의 감정에서 자유롭고, 유장한 흐름과 일관성은 『다시 보는 동아시아 근대사』보다 한 수 위이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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