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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중국에 부임할 이규형 대사께

중앙일보 2011.04.23 00:20 종합 30면 지면보기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이규형(李揆亨·60) 대사께서는 대한민국 시스템이 배출한 손꼽을 엘리트 직업외교관입니다. 23세 때 외무고시(8회)에 합격했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연구원 생활도 했습니다. 주일 대사관에 이어 유엔과장 시절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도 이뤄졌습니다. 주중 대사관 정무공사, 외교부 차관, 러시아 대사를 지내면서 35년간 폭넓은 경험을 쌓아 중량감이 느껴집니다.



 베이징의 지인들은 정무공사 시절(1999년 7월~2002년 8월) ‘경극(京劇)에까지 관심 영역을 넓혔던 열정적 외교관’으로 기억하더군요. 능력과 경력 면에서 주중 대사라는 중임을 감당하기에 흠결이 없다는 평가를 중국 정부도 반갑게 수용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다음 달 중국 땅을 약 10년만에 밟으면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발전상에 깜짝 놀랄 것입니다.



  1992년 수교 이후 무역액은 지난해 2000억 달러를 돌파해 중국은 최대 교역 파트너가 됐습니다. 연간 600만 명이 서해를 오갑니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습니다. 미·중 사이에 끼인 한반도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숙명적 과제를 던졌습니다. 전통적 대미 관계뿐 아니라 대중 관계를 더욱 지혜롭게 관리하는 문제입니다. 미·중의 팽팽한 대결 국면 와중에 지난해 터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은 북한 변수로 인한 한·중 관계의 한계를 절감하게 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중국에 파견되는 대사께는 몇 가지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고 봅니다.



 첫째, 국제정치의 큰 틀과 국가전략 차원에서 양국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가감 없이 본국에 현장의 시각을 전달해야 합니다.



 둘째,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양적 성장에 걸맞게 내실을 도모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런 각도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를 각별한 관심을 갖고 보길 권합니다. 국익을 위해 협상 개시라는 결단이 필요하다면 소신 있게 추진하시길 바랍니다.



 셋째, 북한 급변사태를 포함해 한반도 통일 실현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합니다. 친한파(親韓派)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긴급상황 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야 합니다.



 류우익 현 대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이임을 시사하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가을 대사관저에 감나무 열 그루를 심었는데 올봄에 아홉 그루에서 새싹이 돋아났다. 가을에 감이 열리면 대사관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서울에 가더라도) 나에게도 곶감을 보내달라.”



  류 대사가 심은 감나무에서 감을 수확하고 곶감을 만드는 마무리 역할은 이 대사께 넘겨졌습니다. 1년4개월간 중국의 31개 성(省)단위 지방 중에서 27곳이나 동분서주한 류 대사의 현장 경험을 잘 물려받으시길 바랍니다.



 규정도리(揆情度理)와 만사형통(萬事亨通)이란 중국말이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함자(揆亨)처럼 중국의 특수한 국정(國情)과 국제관계의 보편적 이치를 잘 헤아려 재임 기간에 국익을 위한 활동들이 만사형통하길 빕니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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