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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훈련과 대비가 소말리아 해적 물리쳤다

중앙일보 2011.04.23 00:20 종합 30면 지면보기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인 한진텐진호가 그제 피랍 위기를 모면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인도양을 항해 중이던 한진텐진호의 납치를 시도했으나 선원들이 배 안에 설치된 시타델(citadel·긴급피난처)로 대피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피격 직후 한국인 12명과 인도네시아인 8명 등 20명의 선원들은 평소 익힌 매뉴얼대로 국토해양부와 한진해운 본사로 연결된 비상벨을 누르고, 엔진을 정지시킨 뒤 안전격실인 시타델로 신속히 몸을 숨겼다. 총탄도 뚫지 못하는 두꺼운 철판으로 된 시타델로 선원들이 피신함에 따라 해적들은 납치를 포기하고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연락을 받고 현장에 긴급출동한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에 의해 선원 전원이 무사히 구출되면서 상황 발생 14시간 만에 사건이 종료됐다.



 정부는 올 1월 발생한 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을 계기로 위험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에 대해 시타델 설치를 의무화하고, 관련 설비기준도 강화했다. 한진텐진호는 새 기준에 맞춰 시타델 설비를 강화하고, 출항 일주일 전 해적의 공격에 대비한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합동훈련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훈련한 대로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시타델로 대피한 덕분에 피랍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청해부대의 구출작전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삼호주얼리호의 경우 해적들이 시타델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선원들이 인질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진텐진호의 시타델에 위성통신장비까지 갖춰져 있었더라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즉각적인 상황 파악이 가능했을 거라는 점은 한 가지 아쉬움이다.



 소말리아 해적들에 의한 선박 납치 기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142건이 발생, 전년보다 35%가 늘었다. 한국 선사 소속이거나 한국 선원이 탑승한 선박에 대한 소말리아 해적들의 공격도 빈번해져 2006년 이후 모두 8건의 피랍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유비무환의 자구책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 열쇠는 다름 아닌 철저한 훈련과 대비임을 이번 한진텐진호 사건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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