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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국제통화제도의 개혁

중앙일보 2011.04.23 00:18 종합 31면 지면보기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통화제도라고 하면 먼 세상 얘기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문제다. 이것이 흔들리게 되면 기업의 수출경쟁력, 일자리, 주식시장, 대출금리, 기름값, 해외여행 경비 등이 출렁거리게 된다. 이 국제통화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을 맡은 프랑스는 국제통화제도개혁을 11월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주 말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도 국제통화제도의 개혁이었다.



 국제통화제도는 지난 한 세기 변천을 거듭해 왔다. 변하는 시대환경에 비해 입은 옷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국제통화로는 금은 같은 귀금속이 쓰였다.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화폐로 통용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까지 국제통화제도는 금본위제도였다가 양차 대전을 치르면서 각국이 군비조달을 위해 금 보유량에 구애받지 않고 화폐를 찍어내야 할 필요성에 따라 이로부터 일탈해 법정불환지폐(fiat money)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경쟁적 환율절하와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려 인플레는 늘고 세계의 교역량은 줄어들었다. 전후 영미의 주도로 출범한 브레턴우즈체제라는 국제통화제도는 실질적으로 금본위제도를 다시 도입한 것이었다. 미국의 달러화를 금과의 태환을 보장하고 다른 나라 화폐는 달러화에 환율을 고정시키는 제도였다. 이것도 30년을 넘기지 못하고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화의 금태환 중지를 선언함에 따라 무너지게 되었다. 이후 각국은 다시 법정불환지폐에 의한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브레턴우즈체제에 의해 설립된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달러화의 국제통화로서의 기능은 지속되고 있어 이를 브레턴우즈II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국제통화제도의 문제점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첫째, 신흥국들은 외환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외환보유액을 쌓으려 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추구해 그 결과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많은 외환보유액에 대한 수요는 주로 달러화 자산에 집중되고 있어 이를 공급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대내 및 대외 균형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자국 통화가 국제통화로 사용됨에 따라 미국은 외환위기로부터 자유롭고 국제금융시장에서 늘 최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어 경상수지 적자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재정·금융정책을 지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넷째, 한 나라의 통화를 국제통화로 사용함으로써 전 세계가 그 나라의 재정·통화정책의 건전성과 금융부문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흔들리면 국제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운용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었고, 실제로 이번 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과 개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대안은 쉽지 않다. 우선 당분간 달러화를 대체할 만한 국제통화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의 유럽 재정위기는 유로화가 국제통화로 부상하기에는 취약점을 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국은 아직도 자본규제가 심해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통용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을 요한다. 새로운 국제통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세계중앙은행의 설립이 필요하나 유로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정·사회·정치 통합 없는 화폐통합은 많은 한계를 가질 뿐 아니라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또한 이 개혁논쟁의 중심에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달러화 중심으로부터 국제통화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유럽·중국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당분간 이 문제는 G20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거시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IMF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G20 정상회의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의장국으로서 현재 G20 의장단(troika)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놋쇠로 만든 엽전을 사용하던 나라가 국제통화 개혁에 중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외개방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금융제도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와 안보동맹관계에 있는 나라의 통화가 국제 중심통화 역할을 지속해 주는 것이 나쁘지 않다. 점진적 개편을 모색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우리에게 최선으로 보인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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