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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면목 보여준 가창력과 감성,전통에 묻힌 신선함 아쉬워

중앙선데이 2011.04.23 00:17 215호 5면 지면보기
국내 양대 오페라단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장 이소영)는 유럽의 최신 트렌드를 수용해 국내에 공연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명작을 현대적 프로덕션으로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오페라(단장 박세원)는 초지일관 인기 레퍼토리를 전통적인 연출로 제작하고 있다. 전자는 국내 오페라 감상의 지평을 넓히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나 연출·무대·의상·조명 등 핵심 제작기술이 여전히 외국팀에 종속되다시피해 국내 제작진의 발전 속도는 느리다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후자는 오페라 초심자에게 명작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시대 흐름과 관계없이 수준 높은 종합예술로 존재해야 할 오페라를 여전히 고색창연한 유물로 만들어버리는 문제가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토스카’, 21~24일 세종문화회관

21일 서울시오페라의 ‘토스카’(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를 봤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 테너 1세대 박기천(카바라도시 역), 고급스럽고 안정된 리리코 스핀토 소프라노 김은주(토스카), 폭발적인 힘에 있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바리톤 고성현(스카르피아)의 무대였다. 서울시오페라의 이전 공연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프로덕션이었다. 그렇다면 작품의 본질을 깊이 있게 살려냈는가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다.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연출 정갑균, 무대 이학순, 의상 조문수, 조명 고희선은 국내 최정상급 실력파지만 서울시오페라와 너무 자주 작업해온 데다 본질적으로 전통에 입각한다는 제약에 묶인 바람에 신선함을 찾기 힘들었다.

각 막이 로마의 역사적 명소를 배경으로 하는 ‘토스카’는 1800년 6월 중순의 낮부터 그 다음날 새벽까지, 만 하루에도 못 미치는 사이에 급박하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무대는 줄곧 어둡게 처리됐다. 시간의 긴박한 흐름을 실감할 수 없었다. 두 연인이 그날 오후부터 처참한 일이 벌어질 것을 모르는 채 나오는 1막 앞부분만이라도 성당 내부로 들어오는 채광 효과를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테너 박기천은 카바라도시에 어울리는 영웅적인 음색을 갖고 있었음에도 1막에서는 신념을 지닌 공화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주기엔 다소 진중하지 못하게 들렸다. 오페라 역사상 가장 잘 짜인 대본으로 평가되곤 하는 2막 경찰 총감 스카르피아의 집무실 장면에서는 연기가 아쉬웠다. 고성현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형적인 악역에 있어 어떤 경지에 오른 바리톤이지만 노래와 연기에 과잉된 면이 있었다. 흥분한 스카르피아가 고문실로 통하는 벽을 너무 힘껏 치는 바람에 무대장치가 흔들릴 정도였다면 지나친 것 아닐까.

동선 구성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전체적으로 스카르피아와 토스카의 거리가 너무 떨어진 경우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치열한 대결의 느낌이 부족했다.

‘토스카’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둘이다. 그중 하나인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가장 비참한 순간에 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절망에 빠져버린 상황을 보여주려 토스카가 무대 바닥에 쓰러져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되는가에 대한 개연성 없이 풀썩 쓰러져버리는 바람에 어색했다. 소프라노 김은주가 토스카의 심경을 진짜 눈물에 담아 부른 감동이 있어 다행이었다.
3막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별은 빛났건만’도 유명하다. 토스카와 사랑을 나누던 옛 기억을 더듬는 곡이다. 박기천은 이 비감한 곡에서 가창력과 감성 표현의 진면목을 살렸으나 막판에 호흡이 짧았다. 미국 지휘자 마크 깁슨은 가수들을 무난히 서포트했지만 극의 굴곡을 주도하는 밀고 당김은 별로 시도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오페라 중에서도 특별히 관현악이 중요한 오페라임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토스카
여주인공인 토스카는 톱스타급 오페라 가수다. 그의 연인은 화가 카바라도시, 공화주의자다. 공화당
의 우두머리를 숨겨줬다가 들통나 경찰 총감 스카르피아에게 고문을 당한다. 호색한인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살려주는 대가로 토스카의 몸을 요구한다. 하지만 토스카는 결국 스카르피아를 살해한
다. 스카르피아의 약속과 달리 카바라도시가 총살 당하자 토스카는 성벽 꼭대기에서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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