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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텐진호] 한밤 해적 두 차례 총격 … 매뉴얼대로 엔진 끄고 피난처로

중앙일보 2011.04.22 01:46 종합 4면 지면보기
삼호주얼리호(1만1500 t급 )가 해적에 납치됐다 우리 해군의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구출된 지 꼭 석 달 만인 21일 우리 군이 대해적 작전을 다시 실시했다. 우리 선원들이 안전격실인 긴급피난처(Citadel)에 있다고 확신한 뒤 펼친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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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오전 5시15분(한국시간)쯤 한진해운 소속의 컨테이너선 한진텐진호(7만5000t급)가 국토해양부 상황실로 위험을 알리는 비상신호(SAS·Security Alarm System)를 보냈다. 정부는 “해적에 납치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작전 준비에 들어갔다. 사고 접수 직후 오만 살랄라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 최영함(4500t)이 현장으로 급파됐다. 오전 8시30분 사고 해역에서 80여 마일 떨어져 있던 터키 군함이 지원 작전에 돌입했다. 현지는 한밤중이었다. 터키 군함의 링스헬기는 “선박은 정지돼 있다. 갑판은 점등됐고 사람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배들도 없다”는 정보를 우리 최영함에 보내왔다. 정부 당국자는 “선원들이 선박 내 피난처에 안전하게 대피해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정부 당국자는 “회의에선 우리 선원이 안전하게 대피해 있다고 판단해 최영함의 해군 특수전 여단(UDT/SEAL) 대원이 작전을 펴는 쪽으로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최영함의 링스헬기가 먼저 떴다. 연돌부근에서 흰색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포착됐고 갑판 위에는 인적이 없었다.

 오후 4시30분. 최영함이 한진텐진호 근처에 근접하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헬기의 엄호 속에 아덴만 여명작전의 영웅들인 해군 특수전 여단 16명이 립보트로 선박 등반을 시작했다. 선박의 선교(조타실)을 장악한 것은 6시40분쯤이다. 갑판에는 해적들의 것으로 보이는 AK소총 실탄 3발이 발견됐다. 다수의 맨발 자국들도 남아 있었다. 일부 대원이 선원들의 긴급피난처로 가 출입문을 확보했다. 한국인 선원 14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6명 등 20명의 선원들은 무사했다. 비상 신호가 전해진 뒤 피를 말리는 14시간 작전이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선원들의 신속한 안전격실 대피 및 구조요청, 터키 함정의 협조, 아덴만 여명작전을 통해 숙달된 청해부대의 자신감이 작전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합참 김운용(준장) 민군심리전 차장은 “선원들은 긴급피난처로 가기 전에 외부에서 충격을 느꼈다고 한다”며 “해적들이 선교까지 왔지만 선원들이 대피하자 포기하고 도망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 후 세운 해적 피랍 대책이 빛을 발한 셈이다.

정부가 지난 1월에 이어 이번에도 군사 작전을 감행한 것은 ‘해적에 피랍 후 몸값 지불’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지난해 피랍 217일 만에 몸값 105억원을 지불하고 풀려난 삼호드림호의 교훈도 컸다.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성공으로 해적과 타협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줬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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