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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다 바꿨다더니 … 고리 비상발전기는 33년 전 제품

중앙일보 2011.04.19 02:07 종합 2면 지면보기



수명 연장 중 가동 중단 … 고리 1호기 원전 내부 르포



18일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취재진과 부산시청 관계자들이 비상발전소의 디젤발전기를 둘러보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18일 오전.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전 1호기 제1비상 발전소. 12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고리원전 1호기 내부에 처음으로 외부인이 들어갔다. 고리원전과 가까운 부산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허남식 부산시장과 부산시청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이곳을 찾았다. 제1비상발전소는 고리원전 1호기 주 전원에 이상이 생기면 전력을 공급하는 예비 발전소다. 12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고리원전 1호기의 고장 원인이었던 차단기도 이 발전소 안에 있다.



 분위기는 긴장됐다. 제1비상 발전소 안의 디젤 발전기가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준공 때 설치한 영국 GEC사 제품 그대로였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부품을 다 바꿔 연장 가동이 가능하다”는 고리원전 측의 설명과는 달랐다. 문병위 고리원전 제1발전소장은 “33년 됐지만 규제 기관 입회하에 매달 한 번씩 주기적으로 점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시기에 고리원전 1호기가 정지됐다. 걱정하지 않도록 완벽한 안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영익 고리원전 본부장은 “고리 1호기 발전에 필요한 각종 펌프에 전원을 공급하는 제1차단기 내부 연결단자를 고정하는 스프링의 장력이 느슨해져 접촉저항이 생기면서 눌어 붙은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장 난 부품을 교체했고 성능 테스트와 안전검사까지 모두 마쳐 가동을 위한 준비는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취재진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정 본부장이 답변했다.



 -1호기 원자로 용기의 재사용을 편법으로 결정한 게 아닌가.



 “원자로 용기는 교체할 수 없는 시설이다. 계속 사용 여부를 원자력법에 고시한 절차대로 점검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어 재사용한 것이다. 충격시험과 인장(引張) 시험 등을 한 결과 규정 강도의 2.5배라는 좋은 조건이 나와서 재사용을 결정한 것이다.”



 -고리원전의 높이가 쓰나미에 취약한 구조가 아닌가.



 “쓰나미는 수심이 1㎞ 이상인 깊은 바다에서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일어나도 고리원전 앞바다에는 33㎝ 정도의 파도만 생기는 것으로 나와 있다. 동일본 쓰나미를 계기로 기상학자들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결론이 나오는 대로 대책을 세울 것이다. 고리는 쓰나미보다 태풍해일이 더 문제다. 바닷속에 방파제를 설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1호기 가동중단(12일) 이후 재가동 시각을 15일 오후 6시로 못박아 발표했다가 왜 연기하는가.











 “우리 생각에 고장을 고친 뒤 KINS와 교과부 등 인허가 절차를 거치면 재가동이 가능한 시기를 말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정밀한 안전점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고리 1호기의 발전설비는 불과 해발 7.5m 높이에 자리 잡고 있다. 원자로 건물 앞으로는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없다. 곧바로 바다가 펼쳐진다. 쓰나미에 속수무책임을 알 수 있었다. 허 시장은 “일본에서 원전 안전 신화가 무너졌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가동중단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완벽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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