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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식후 30분 드세요” 약사 한마디 … 720원은 과하다

중앙일보 2011.04.19 02:04 종합 4면 지면보기






박유미
사회부문 기자




‘진료는 의사에게, 조제는 약사에게’



 2000년 7월 시행된 의약분업의 슬로건이다. 의사에게서 약을 떼내 약사에게 넘겼다. 의사보다 약사가 약을 더 잘 안다고 전문성을 인정한 것이다. 조제와 복약지도가 약사의 ‘기본 역할’로 공인된 것이다. 당시 복약지도료를 160원에서 260원으로 올리고 의약품관리료를 신설한 이유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복약지도료는 720원으로 올랐다. 약사 서비스도 그만큼 좋아졌을까. 기자가 취재해 보니 서울의 대부분 대학병원 앞 약국들은 주차관리원을 고용하고, 승합차로 병원 처방전을 든 손님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약사들은 복약지도를 건성으로 했다. “식사 30분 후에 드세요”라는 의례적인 말이 대부분이었다.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중앙일보 4월 18일자 18, 19면>









본지 4월 18일자 18, 19면.



 경실련이 3~14일 심야응급약국 56곳과 휴일 당번약국 119곳을 조사한 결과도 심각했다. 약국의 95%가 손님들에게 복약지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김용오씨는 “조제료의 비밀을 다룬 중앙일보 보도를 읽고 약사들을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한 네티즌은 “복약 서비스가 엉망인 약사에게 건보재정에서 돈을 대준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된 복약지도료는 2005년 2240억원에서 2010년 3164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요즘 약국의 조제가 기계화된 데가 많다. 매년 의료이용이 늘면서 약을 먹는 환자도 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사람이 늘고 다양한 수입 식품이 식탁에 오른다. 약의 부작용이나 복용법 등을 알려주는 복약지도의 필요성이 점점 커진다는 뜻이다.



 서울 은평구 큰사랑약국 김현아(37) 약사는 약을 조제한 환자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항생제가 포함돼 있으니 약을 꼭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안내한다. 김 약사의 서비스를 받은 환자 중 불만이 생긴 경우는 없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환자들은 720원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연세대 김진수(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서비스 받은 만큼 돈을 지불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부지침을 만들어 복약지도를 강화하든지, 아니면 복약지도료를 낮추든지 결정할 때가 됐다.



박유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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