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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락한 영국 사기꾼

중앙일보 2011.04.19 01:44 종합 14면 지면보기



축구명장 에릭손 속여 평양 데려가
김영남과 사진 찍어 투자유치 이용
사기 전력자, 영 수사기관서 조사



러셀 킹(左), 에릭손 감독(右)



영국에서 스벤 예란 에릭손(63) 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과 북한 정권까지 끌어들인 희대의 사기사건이 발각돼 영국 중대범죄청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BBC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2년과 2006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명장인 에릭손은 2009년 7월 잉글랜드 4부 리그 팀인 노츠 카운티의 이사를 맡았다. 노츠 카운티는 재정난으로 인해 1992년 이후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들지 못한 팀이다. 이런 팀을 그가 맡은 것은 바로 수백만 파운드의 투자 자금이 들어온다고 한 러셀 킹이란 사기꾼의 말 때문이었다. 킹은 1991년 보험 사기를 저질렀던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킹은 에릭손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북한 정권까지 사기에 끌어들였다. 그는 “자신 소유의 스위스 회사가 금·석탄 등 2조 달러(약 2200조원)가 넘는 북한의 광산 독점 개발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팔아 축구클럽 운영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릭손에게 “이 문제로 평양을 방문하는 대표단에 합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에릭손은 실제로 2009년 10월 22일 킹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BBC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들을 만수대 의사당에서 접견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고 전했다. 이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곤 북한이 에릭손에게 감독이나 기술고문직을 제안했다는 영국 언론의 보도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킹의 이 같은 투자 약속은 거짓으로 드러났고 노츠 카운티 클럽은 결국 700만 파운드의 빚만 남기게 됐다. 사기당한 것을 뒤늦게 안 에릭손은 지난해 4월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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