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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식 ‘퍼주기 포퓰리즘’ 지고 룰라식 ‘시장친화 책임정치’ 뜬다

중앙일보 2011.04.19 01:37 종합 14면 지면보기



중남미 정치 판도에 변화





중남미에서 우고 차베스(57)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주도하는 복지 좌파가 세력을 잃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66) 전 브라질 대통령의 시장 친화적 중도좌파가 힘을 얻고 있다. 브라질의 유력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17일(현지시간) ‘중남미에서 차베스가 브라질에 영토를 잃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같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차베스주의의 몰락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중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국제 유가 급등에도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1.44%를 기록했다.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뒷걸음이다.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중남미 최고인 27.4%에 달했다.



 1998년 강경 좌파인 차베스의 집권 이후 베네수엘라는 오일머니를 재투자하지 않고 복지와 자원산업 국유화에 쏟아부었다. 국유화에 따른 비효율과 과도한 복지는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뿐 아니라 국영 수퍼마켓에서는 시중보다 20~30% 싼값에 식료품을 살 수 있다. 반면 룰라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브라질 중도좌파는 시장 친화 노선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남미 국가 정치인들은 차베스와 거리를 두면서 룰라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치러진 페루의 대선 1차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성향 오얀타 우말라(49) 후보가 대표적이다. 우말라는 2006년 대선에서 ‘차베스주의자’를 자처했다가 우파인 알란 가르시아 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룰라를 역할 모델로 택했다. 2002년 브라질 대선 때 룰라가 내세운 “희망이 두려움을 이긴다”는 선거 슬로건을 그대로 쓰고 “대통령이 돼도 경제 정책은 급격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룰라의 발언을 인용해 시장을 안심시켰다. 2009년 우루과이 대선에서는 호세 무히카(76) 후보가 “룰라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며 과격 이미지를 덜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브라질리아 연방대의 피오 페나 필료 교수는 “차베스는 더 이상 정치·경제적으로 주목할 만한 인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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