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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5대 금융 회장 긴급소집 … “PF 살려달라”

중앙일보 2011.04.19 00:05 경제 1면 지면보기



부실 PF 처리 ‘1조 배드뱅크’ 설립 추진키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8일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어윤대(66) KB금융 회장, 강만수(66) 산은지주 회장, 김승유(68) 하나금융 회장, 김석동(58) 위원장, 이팔성(67) 우리금융 회장, 한동우(63) 신한지주 회장, 권혁세(55) 금융감독원장. [오종택 기자]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금융권 지원이 소극적이다.”



 18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 5대 금융지주사 회장과의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쓴소리를 날렸다. “금융권이 건설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보태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올 초 김 위원장 취임 후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승유(68)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67)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66) 산은지주 회장, 어윤대(66) KB금융 회장, 한동우(63) 신한지주 회장은 회의 시작 전 일렬로 서서 후배뻘인 김 위원장(58)의 입장을 기다렸다. 권혁세(55) 금융감독원장도 참석했다.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 직후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발언내용을 전했다. “정부가 PF사업장 상황을 전면 점검 중이다. 금융회사도 PF사업장 중 전망 있는 곳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어렵지 않도록 적극 지원해서 조기 정상화해 달라.” 살릴 수 있는 PF사업장은 가급적 살려 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화답했다. 간담회 뒤 이팔성 회장은 “정상화가 가능하거나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해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을 해주자는 것”이라며 “금융권 분위기도 바뀌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동우 회장은 “무작정 지원하는 것보다는 사업성 있는 사업에 대해 (지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유 회장은 건설사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비판받을 일을 했다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와 은행권이 PF 대책을 공동으로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 자리에서 ‘PF 배드뱅크’라는 제안을 내놨다. “부동산 PF부실채권 처리에 특화된 배드뱅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PF 배드뱅크란 부실 부동산 PF채권을 할인한 가격에 사들여 정상화한 뒤 수익을 나누는 구조조정 전문회사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2분기 안에 PF 배드뱅크를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PF 부실채권 규모(9조7414억원)를 감안하면 출자 규모는 1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농협과 현대캐피탈 등 잇따른 정보기술(IT) 시스템 사고도 이날 화두였다.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사엔 생명 같은 전산시스템 문제로 고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 국민에게 송구스럽고 걱정스럽다.” 김 위원장의 발언엔 금융사에 대한 질책이 담겨 있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CEO가 직접 나서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간담회는 예정된 한 시간을 훌쩍 넘긴 1시간50분 동안 진행됐다. 간담회가 끝난 뒤 나오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김승유 회장, 어윤대 회장은 기자들을 보자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지만, 다른 회장들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이날 회동은 또 행정고시 23회인 김 위원장이 까마득한 선배(행시 8회)이자 이명박 정부의 경제 실세인 강만수 회장과 사실상 첫 공식 대면하는 자리라 더 관심을 모았다. 금융위 김주현 사무처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여러 대화를 나누느라 자리가 길어졌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중대한 현안이 생기면 또 (금융지주 회장들과)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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