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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카드 청구서 못 보내고 가맹점은 대금 못 받아

중앙일보 2011.04.18 03:00 종합 10면 지면보기






농협 전산망 마비사태가 엿새째 계속되고 있다. 농협은 대부분의 수수료를 오는 24일까지 면제해 주기로 했다. 농협이 모든 현금자동입출기(ATM) 기기가 정상화됐다고 밝힌 지 사흘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지하 1층에 있는 농협 ATM기 전원이 여전히 꺼져 있다. 본지 기자가 시험해보고 있다. [안성식 기자]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훼손되지 않았다던 고객의 카드 거래 기록(원장)이 사라진데다 백업기록까지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산망 완전 복구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늦춰질 수 있다.



  정보가 사라진 시간대는 12일 오후 5시쯤 전산망 이상을 알아채고 시스템 전체를 차단한 전후의 수십 분간이다. “이 정보가 전산망을 타고 농협으로 들어오던 중 중계서버가 이상을 일으키고 시스템이 차단돼 제대로 접수되지 못했다”고 한다.



 거래 데이터가 실종됨에 따라 농협은 현재 카드 회원들에게 카드대금 청구서를 발송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카드 가맹점에 대한 대금 지급도 정지됐다. 카드대금 납부 뒤 자동으로 재설정돼야 하는 이용한도액 재설정과 발급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백업 기록까지 훼손돼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은행 전산 시스템의 백업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외부에서 들어오는 데이터가 별개의 서버를 통해 동시에 시스템에 전달된다. 한쪽에 이상이 생길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미러링’ 또는 ‘동시 백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번처럼 내부에서 파일 삭제 명령이 내려지면 동시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산 관계자들의 말이다. 농협도 지난 12일 바로 이 상황이 벌어졌다고 시인했다.



이 경우 데이터 복구는 매일 시간을 정해 받아 놓는 ‘정기 백업본’에 의지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한 전산 담당자는 “은행이 처리하는 하루 카드 거래내역은 수십~수백만 건”이라며 “정기 백업본을 바탕으로 일일이 이후 데이터를 복구하려면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농협이 복구시기를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협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거래 기록이 언제 얼마나 날아갔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시간이 걸려도 복구가 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글=나현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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