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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30분 드세요 …” 약사 복약지도료 720원의 비밀

중앙일보 2011.04.18 01:46 종합 18면 지면보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의 한 약국. 정신과 환자 김모(44·여)씨가 처방전을 내밀었다. 잠시 후 약사가 “아침·저녁 식후 30분 후에 드세요”라며 약을 건넸다. 약사의 설명은 이게 전부였다.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처방전에 기재된 ‘아침·저녁 식후 30분’ 복용법을 되풀이한 것뿐이다. 김씨는 수면제도 처방받았는데 약국은 유의사항을 설명하지 않았다. 김씨는 “수면제를 먹으면 통증이 덜해 처방보다 더 자주 먹는데 약사가 아무 말도 안 했다”고 했다.


건보공단, 약국 조제료 적정성 따지고 나섰는데

 인근 약국도 비슷했다. “30일치입니다” “약 드시는 법 아시죠”라고 한 게 전부. 강영자(70·여·그래픽 참조)씨는 “약국에서 아침 식전에 한 번 먹으라는 얘기밖에 안 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강씨의 약 조제료에는 복약지도료 720원이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이 사실을 모른다. 시민들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복약지도료로 3164억원(4억6532만 건)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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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조제료의 적정성 검토에 착수했다. 복약지도료는 조제료를 구성하는 5가지 항목 중 하나다. 건보공단은 ‘약국 조제료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복잡한 조제료를 단순화해 연 3230억~4350억원의 건보재정을 절감하자”고 제안했다. 또 “복약지도료를 정할 때 기준 시간을 3분으로 잡았으나 실제로 3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50% 깎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제안이 나온 이유는 상당수 약국의 복약지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인천 남구보건소 송일재 팀장이 지난해 중순 인천 소재 약국 95곳의 복약지도 실태를 조사했다. 약사 31명(32.6%)이 ‘가끔 한다’고 응답했다. 나머지는 자주 또는 항상 한다고 했다. 피해야 할 음식을 설명하지 않는 약사가 79명(83.2%)이었다. 78명이 자신의 복약지도 수준에 대해 ‘매우 또는 대체로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복약지도 시간도 짧다. 대전 YMCA가 2008년 7월 성인남녀 357명을 조사했더니 복약지도를 받은 시간이 1분이 안 됐다고 답한 사람이 256명이었다.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 방법 ▶부작용 ▶상호작용 등 6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복약지도로 규정한다. 법무법인 세승의 김선욱 대표변호사는 “‘식후 30분 후 복용’이라고만 하면 복약지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관절염 환자가 약국을 상대로 복약지도 의무위반 소송을 벌여 3000여만원의 배상을 받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진현(간호학) 교수는 “전자제품을 팔더라도 제품 설명을 하는데 ‘식후 30분 후 복용’ 정도에 그치는 정도라면 복약지도료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약 정보를 제공하고 복약지도를 한 경우에만 비용을 지급하도록 2008년 규정을 바꾸었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부회장은 “복약지도 시간은 상황이나 약 ·질환마다 다르다”며 “복약지도를 하게 하자는 건지, 안 하니까 (복약지도료를) 깎자는 건지, 후자가 목적이면 문제다. 약국들도 친절하게 해야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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