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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적자 못견뎌 파산보호 신청

중앙일보 2011.04.18 01:09 종합 26면 지면보기
111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오케스트라의 이사회는 16일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당시 55명의 이사회 멤버중 연주자 출신 5명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리처드 월리 이사회 의장은 “길고 격정적인 회의를 거쳐 파산보호 신청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현금 부족과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파산보호는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채무이행 의무가 일시 중단되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정상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최근 수년간에 걸친 미국의 경제 불황은 오케스트라의 살림에도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예술분야에 대한 투자는 감소했고, 관객도 줄었다. 시라큐스·호놀룰루 등 소규모 오케스트라에 이어 필라델피아 같은 메이저 오케스트라까지 파산 신청 결정을 하자 미국인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리슨 벌가모어는 “최근 5년 사이 콘서트 관객수가 심각하게 감소했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유진 오르먼디가 이끌던 1936년부터 80년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날렸다. 미국에선 뉴욕·시카고·보스턴·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빅 5’로 불린다.



 파산신청 결정에도 16일 예정됐던 말러 교향곡 연주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일단 향후 연주 일정에도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파산신청에 반대하는 단원들은 16일 공연에 앞서 관객들에게 전단을 뿌리기도 했다.



단원들은 “파산보호 신청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오케스트라에 악영향만 미칠 것” “1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재단기금이 있는 만큼 파산보호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측은 “재단기금을 막 써버리면 오케스트라를 당장 운영할 자금마저 없어진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 총액 기준 수백만 달러의 연봉삭감에 동의했던 단원들은 추가 연봉삭감을 우려하고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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