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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은식이의 기적 계속되려면

중앙일보 2011.04.18 00:32 종합 34면 지면보기






신성식
선임기자




380g의 초미숙아로 태어났다가 9개월 만에 3.5㎏의 건강한 아이로 자란 기적의 주인공 은식이는 큰 감동을 안겼다. 손 가락 두 개 정도 들어가는 공간에서 심장수술을 하고 머리카락보다 가는 관으로 약물을 주입한 의료기술은 예술이었다. 어머니(40)는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잘 됐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인큐베이터에 누운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 심정이야 오죽했으랴. “작년 7월 출생 직후 의료진에게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작은 아기가 생존한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오직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은식이는 저출산 문제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주치의인 삼성서울병원 박원순(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많이 낳은 것 못지않게 나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해에 미숙아(출생 체중 2.5㎏ 미만)는 2만~3만 명 태어난다. 신생아의 5% 가까이 된다. 고령 산모들이 늘면서 미숙아 발생률도 올라간다.



 은식이의 기적은 순전히 대학병원들의 공이다.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은 ‘돈이 안 되는’ 분야다. 인큐베이터 대당 연간 평균 5000만원 정도 손해가 생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인큐베이터당 8000만~1억원, 모두 4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루 입원료(약 13만원)가 원가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이런 적자를 감수하고도 NICU를 운영해온 병원들은 ‘애국자’와 다름없다. 박 교수는 일요일인 17일에도 병원에서 애들을 돌보고 있었다. 365일 쉬는 날이 없다. 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병원의 NICU도 마찬가지다.



 이런 혹독한 현실 때문에 5년 새 50개 병원이 NICU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수요의 40%가 모자란다. 인큐베이터 50개를 보유한 삼성서울병원은 항상 만원이다. 고위험 산모 8~10명이 출산 시기를 조절하며 응급실에서 인큐베이터가 빌 때를 기다린다고 한다. 은식이가 빈자리를 잡은 것은 행운이었다. 대한소아과학회 이준성(가톨릭의대 교수)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한 토론회에서 “NICU 병상이 줄면서 매년 8000~9000명의 미숙아들이 방치돼 죽어간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간 20~50개의 인큐베이터 설치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보다 빨리 줄고 있다. 찔끔찔끔 지원해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를 벗어나기 힘들다. 한국의 NICU 진료수가나 미숙아 지원금은 일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은식이 부모는 이번에 건강보험 덕분에 1500만원(총 진료비는 1억4000만원)을 부담했다. 이 돈도 적은 게 아니다. 이런 부담이 아이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0억~300억원 정도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2차 저출산·고령화 계획(2011~2015년)에 들어갈 돈은 76조원이다. NICU나 중증외상환자센터 같은 인프라는 개인과 병원의 헌신만으로 굴러가는 데 한계가 있다. 석해균 선장 치료를 계기로 중증외상센터 문제는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이제는 NICU 차례다. 그래야만 은식이의 기적을 이어갈 수 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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