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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72) 해외 공관 영사들 무슨 일 하나

중앙일보 2011.04.18 00:24 경제 18면 지면보기








최근 한국 총영사관이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주상하이(上海) 총영사관 영사들이 중국 여성 덩신밍(33)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불거진 스캔들 때문이다. 치정 사건을 넘어 영사관 내부의 갈등까지 드러났다. 외교통상부 직원들은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연인원 1200만 명이 해외에 나가는 시대. 해외 주재관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상하이 스캔들이 한국 외교관과 해외 대민 업무를 맡는 영사들의 업무를 과도하게 덧칠해 버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사관과 총영사관의 영사들은 어떤 업무를 하는 것일까.



권호 기자



# 몇 년 전, 핀란드 항공은 18명의 한국인 스튜어디스를 채용했다. 서울~헬싱키 간 직항노선 취항에 즈음해서다. 대부분 사회 초년병이었던 그들은 급여나 근무시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율 없이 출근을 시작했다. 근무 여건은 형편없었다. 이들은 핀란드 항공 노조 측과 접촉했다. 겉으로는 반겼지만, 외국인일 뿐이었다. 노조와의 접촉 사실을 알게 된 사측은 격분했고, “짐을 싸라”고 통보했다. 스튜어디스 18명은 대사관을 찾아 울면서 하소연했다. 경제담당 주재관이 핀란드 항공 측과 접촉해 18명의 증인을 서주면서 노무 조건에 대한 협의를 대신 벌였다. 18명은 모두 고용을 보장받게 됐다.



# 지난해 가을 프랑스 파리 출장에서 기자가 겪은 작은 에피소드. 파리의 카페 거리에 앉아 일행과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의자 옆에 둔 가방을 통째로 도둑맞았다. 여권과 지갑을 모두 분실했다. 이튿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겨가야 하는 급박한 상황. 급히 해외 영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파리대사관과 접촉했다. 근무시간을 조금 넘겼지만, 영사를 만나 여권을 재발급 받았다. 출장도 무사히 끝났다.









[일러스트=강일구]






전세계에 재외공관 155곳 … 대사가 영사업무 겸하기도



해외는 낯설게 마련이다. 단체든 개인이든 막막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게 되는 곳이 재외공관이다. 현재 한국은 대사관 109곳, (총)영사관 42곳, 대표부 4곳 등 155곳의 재외 공관을 두고 있다. 1991년 141곳에서 14곳 늘었다.



재외 공관이 담당하는 여러 업무 가운데 일반인과 직접 맞닿아 있는 영역이 영사업무다. 영사업무는 영사관뿐 아니라 대사관에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초임 외교관들은 “외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리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교육을 받는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재외 국민이 많은 곳은 주요 도시에 영사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주자메이카 대사관 등 작은 곳은 대리대사 1명이 영사업무까지 관장한다.



영사업무는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제법적 영역인 셈이다. 빈 협약은 영사업무에 대해 ▶국제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자국민의 이익 보호 ▶주재국과의 통상·경제·문화·과학 등의 분야에서 관계 발전과 우호관계 촉진 ▶여권·여행증명서와 사증(비자) 발급 등 민원서비스 제공 등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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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사업무는 재외국민 보호가 가장 주된 임무다. 규모가 큰 재외공관의 경우 경찰청에서 파견하는 사건·사고 담당 영사를 따로 두고 있다. 사건·사고 영사는 해외 체류 중인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해나 재산상의 중대한 손해가 발생해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경우 국민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2008년과 2009년의 경우 3519명, 3379명의 국민이 범죄 피해를 보았다. 사건 영사는 현지 사법당국과 연계해 보호 임무를 수행한다. 필요할 경우 본부 영사담당 인력이 긴급 파견되기도 한다.



2009년 8월 온두라스에서 외국인을 살해한 혐의로 이집트에서 체포돼 온두라스 교도소에 수감됐던 한지수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외교통상부는 그해 12월 재외국민보호과장 등을 온두라스에 파견해 보석 석방을 이끌었다. 한씨는 지난해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재외국민의 각종 ‘민원 해결’도 영사업무 영역이다. ‘해외여행 중인 동생이 여권을 잃어 버려 여권을 재발급받아야 하니 동생이 묵고 있는 호텔로 대사관 차량을 보내달라’는 요구부터 ‘일본의 의대 박사과정에 있는 아들을 무조건 귀국시켜달라’는 요구까지 무리한 민원에 대처해야 한다. 해외에 나간 경우라도 1차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책임지라”는 요구도 적잖다고 한다. ‘두 발로 서는 시민의식’의 부재가 가져온 폐해다.



영사업무 영역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2006년 194억5400만 달러, 2007년 298억8100만 달러, 2008년 362억5300만 달러로 증가 추세다. 두바이 총영사관의 경우, 현지에 나가 있는 건설업체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올해 초, 현장 근로자로 채용된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근로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계약 지연에 따른 급여 체불이 문제였다. 때마침 프랑스인 노무사가 휴가를 가 있어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 업체는 두바이 총영사관에 도움을 청했다. 영사관 직원이 달려가 중재에 나섰고, 지급 보증을 약속했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노무사는 “원더풀”을 외쳤다고 한다.



‘대사 자녀 학교 알아보는 게 중요임무’ 농담 떠돌기도



외국인의 한국 비자 발급도 주요 영사업무 가운데 하나다. 비자 발급 업무는 큰 공관의 경우 법무부에서 주재관을 파견해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격 요건을 갖춘 이에 한해 체류기간에 따라 30~50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비자를 발급해준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한다. ‘상하이 스캔들’의 장본인인 덩신밍도 법무부 파견 영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비자 발급 브로커로 활동했다.



영사업무 영역은 그만큼 넓다. 그러나 많은 경우 초임 외교부 직원들이나 타 부처 주재관들이 영사로 활동하게 된다.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많지만, 적잖은 경우가 해외 근무를 ‘특혜’로 여기기도 한다. 현지 사정에 어두운 이들이 영사 활동을 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다. 상하이 스캔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권에 개입해 물의를 일으키거나 부적절한 처신으로 교민사회의 빈축을 사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해외공관의 상주 인력은 많지 않다. 109개 대사관만 따졌을 때, 주재관을 포함한 외교 인력 3명인 대사관이 10개(9.2%), 4명인 대사관이 41개(37.6%)로 절반에 가깝다. 본부 인력과 주재관을 포함한 재외공관당 외교 인력은 13.1명으로 국내총생산(GDP) 상위 16개국 가운데 가장 적다. 규모가 작은 재외공관은 한 명의 영사가 여러 역할을 도맡는다. 두바이 총영사관에는 현재 5명의 영사가 근무하고 있다. 4명은 외교부 소속이고, 1명은 타 부처 소속이다. 이들은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정무업무, 기업 지원활동인 경제업무, 한국을 알리는 홍보 업무, 재외국민 보호와 민원 등을 담당하는 영사업무, 영사관 살림을 꾸리는 총무업무, 본부와의 연락을 담당하는 정보통신업무를 2~3개씩 나눠 맡고 있다.



한 공관에서 3~4명이 2~3년간 살을 부대끼며 살다 보면 ‘특수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때 ‘재외공관 영사의 가장 큰 업무는 대사 자녀 학교 알아보는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돈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외교관들은 “현지 공관에 인력이 적어 김치 담그기나 교민 행사에 다니다 보면 대사나 총영사 부인과도 얼굴을 자주 보게 된다”며 “상사 부인과 친해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최근 일본 대지진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본부 재외동포영사국의 이수존 심의관은 신속대응팀장으로 현지에 급파됐다. 현장에서 교민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고생했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말로만 신속대응”이란 일부의 볼멘소리가 확대 포장되기도 했다. 외교부 고위 인사는 “정부에 원하는 게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기대 수준이 높아진 만큼 더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재외국민 선거제 도입

인력·경험 부족 … 외교부 ‘비상’




내년부터 중요한 영사 업무가 하나 추가된다. 19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재외국민 선거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2007년 6월 헌법재판소가 주민등록 여부를 요건으로 선거권을 행사하도록 한 기존의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2009년 기준, 재외국민 유권자는 2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외교통상부도 덩달아 바빠졌다. 선거까지 1년밖에 안 남았지만 “갈 길이 먼”(외교부 당국자)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14~15일 실시된 모의 재외국민 선거 결과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모의 선거에는 전 세계 21개국 26개 투표소에서 1만991명이 선거인으로 등록해 4203명(평균 투표율 38.2%)이 참여했다. 투표소 절대 부족, 한인 2·3세 유권자의 한글 해독 능력 부재 등의 문제점이 부각됐다. 특히, 공관 직원들이 선거를 치러본 적이 전혀 없다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외교부는 선관위로부터 인력을 지원받아 이달까지 55명의 선거관을 파견할 계획이다. 공관 직원과 한인단체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한다. 그럼에도 재외 공관은 선거인 명부 작성부터 실제 투표 진행, 불법 선거 운동 단속 등 여러 역할을 소화해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동포 단체 등의 선거 부정 행위 단속과 관련해서다. 한인 사회가 정파에 따라 사분오열되고, 이에 따른 혼탁 선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08년 기준으로 북미 지역 1290개, 중국 226개, 일본 248개 등의 재외동포 단체가 난립해 있다. 현지 사법권이 없어 이들이 불법 선거운동을 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현행 형사소송법이나 공직선거법으로는 이들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는 “여권법을 개정해 선거 부정을 한 경우 입국을 제한하거나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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